특검 '靑 압수수색' 마지막 승부수…행정소송 제기

이태성 기자박보희 기자양성희 기자 2017.02.10 17:01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사상 초유의 소송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해야만 하는 특검의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늘 서울행정법원에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것”이라며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3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는 ‘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형사소송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에 대해, 제111조는 공무원의 물건 등이 직무상 비밀인 경우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수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특검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특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법률적으로 다른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왔다.

1주일간의 검토 끝에 특검이 내린 결론은 행정소송이다. 이 특검보는 “신중히 검토한 결과 국가 기관인 특검이 행정법상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고,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불승인 행위가 행정법상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제3의 기관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청와대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압수수색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거부한 상황에 할 수 있는 최후의 시도다. 법원이 특검의 손을 들어주면 영장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특검보는 “(법원이 인정해주면 청와대 측의 압수수색) 불승인이 부당하다는 결론인 것”이라며 “다시 압수수색을 나갔을 때 금지하거나 거부하면 공무집행방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각된다 해도 어차피 현 상황에서 특검이 잃을 것은 없다. 청와대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전무한 탓이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가 불승인 처분을 한 상태에서 아무리 연구를 해봐도 다른 방법은 없다”며 “만일 기각, 각하되면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송은 법원에 접수된 전례가 없다.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 판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 집행을 거절한 것을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원에서 특검의 주장이 인용될지를 논하기에 앞서 소송 대상이 되는 사안인지 여부가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기관인 특검이 항고소송에서 원고로서 자격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갈린다. 특검팀은 판례가 있어 무리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에 명시적으로 돼 있지 않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공공단체 기관의 상호 간 다툼에 대해서는 기관소송으로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특검은 “상당기간 법리 검토를 하면서 견해가 팽팽히 대립 됐지만, 추가 검토 결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수사 기한이 28일로 정해져 있는 특검 입장에서 법원 결정 시점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특검보는 “다음 주 정도 심문 기일이 잡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빠른 결론을 내기 위한 법원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특검의 강공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시점을 더 늦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지난 9일 대면조사 불발과 관련,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 합의를 깼다’, 특검 측은 ‘일방적인 합의 파기’라며 맞섰고, 이후 접촉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 특검이 ‘소송 카드’를 꺼낸 만큼 박 대통령에 대면조사 합의를 미룰 여지를 줄 수도 있다. 이 특검보는 ‘박 대통령 측이 연락하기 전 특검이 먼저 연락을 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결정된 사항은 없다. 먼저 연락할 지 여부는 나중에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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