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로변'들의 반란…변협 신임 집행부 구성 지연

지난달 27일 총회서 집행부 선출 안건 통과 안 돼…7일 재차 모여 논의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3.06 00:10

변협 2017 정기 총회


김현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오늘 7일 예정인 변협 임시총회에서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에 변호사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행부 구성이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달 27일 변협 2017년 정기 총회를 되짚어 본다.


◇ 총회 의장 선출부터 심상치 않아


변협은 정기 총회에서 대의원을 모아 예정대로 여러 안건을 처리하려 했다. 이날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 선거였다. 위임장을 통한 대리 투표가 되지 않아 대의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이날 총회는 대의원 400여명 중 3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준비한 자리보다 대의원 변호사들이 많아 뒤에 급하게 의자를 나열해 앉을 수 있도록 할 정도였다.

하창우 전임 협회장은 총회 의장 대행의 자격으로 처음부터 단상에 앉아 총회를 진행했다. 이미 회장 선거는 끝났지만 통상 선거 직후 열리는 총회에선 퇴임할 협회장이 선출되지 않은 총회의장을 대행해 진행한다. 총회 의장을 그자리에서 선출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총회 의장 후보가 나오면 박수를 쳐 찬성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총회 의장을 뽑아왔다. 이른바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갑자기 한 대의원이 손을 들고 나섰다. 그는 투표를 통해 의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찬성과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서로 입장 표명을 하면서 회의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분위기는 선거를 하자는 쪽으로 흘러갔다. 강원지방변호사회 회장이며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를 이끌고 있기도 한 조동용 변호사가 추천을 받고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며 후보로 나섰다.


이때 의장 선출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대의원들이 손을 들어 의견 표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통상 총회에서는 거수로 손을 든 대의원의 숫자를 세서 안건을 통과시키는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의장선출도 마찬가지였다. 투표가 아니라 거수와 박수로 추대하는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은 비밀투표의 방식에 어긋난단 의견이 제시됐다. 어차피 감사를 뽑는 선거가 곧 이뤄질 예정이므로 그 선거를 위해 설치된 투표소와 투표용지를 그대로 사용해 의장을 뽑자는 의견이었다.

그러자 결국 하 전 협회장은 총회의장 선출방식을 '거수'로 할지, '비밀투표'로 할지를 두고 거수로 결정하기로 했다. 거수 투표를 한 결과 총회의장은 대의원들이 거수가 아닌 용지에 표시해 개표하는 선거 방식을 통해 뽑기로 결정됐다.

선거 순서를 바꾸잔 의견도 있었다. 감사를 먼저 뽑고 총회의장을 뽑으면 안되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이어졌고 결국 원래 순서대로 의장을 먼저 뽑게 됐다. 신임 총회 의장이 감사를 뽑는 것이 옳단 발언이 지지를 받았다.

이때부터 회장의 분위기는 크게 술렁거렸다. 박수를 통해 의안들을 빠른 순서로 통과시키고 감사 선거를 통상 오전 11시반쯤 치른 후 점심을 먹는 이전 총회와는 크게 달랐다.

총회의장 선거 결과 협회장이 추천한 1번 윤재윤 후보가 154표, 별도로 현장에서 추천을 받아 출마한 2번 조동용 후보가 169표를 받아 조 후보가 선출됐다. 조 의장은 바로 오시열 변호사를 부의장으로 지명했다.


◇ 감사 선거 끝났지만 총회는 끝나지 않았다


이후 신임 의장인 조 변호사의 진행으로 오후 12시 40분 부터 1시까지 20분간 감사를 뽑는 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에선 7명의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두 명의 변호사가 사퇴해 총 5명의 후보가 선거를 치르게 됐다.

보통 이제까지는 감사 선거 이후엔 대의원들은 박수만 치면 의안이 통과되고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감사 선거만 참여한 후 차리를 뜬 대의원들도 많아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런대 올해 총회는 예년과 크게 달랐다.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감사선임이 끝났지만 끝나는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오후 2시쯤 임원선임안이 발표되자 일부 대의원들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했다. 이들은 "신임 집행부 임원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배척한 분들이 있다"며 임원선임안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대의원은 모 법률전문언론이 임원선임안을 오전에 기사화한 것을 두고 "총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임원 명단이 보도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때부터 총회장이 시끄러워졌다. 발언을 원하는 대의원들이 많아지면서 마이크가 바쁘게 움직여 다녔다. 고성도 오갔다. 한 대의원은 "로스쿨 출신이니 사법연수원 출신이니 하는 얘기가 왜 나오냐"며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언제 다 모여서 임원선임안을 통과시키겠냐"며 "일단은 구성 후 논의해보자"고 발언했다.

임원선임안을 박수로 통과시키는 방식을 벗어나 절차대로 대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통과시키려 하니 이젠 다른 게 문제됐다. 임원선임안 또한 하나의 안건이기 때문에 대리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과 위임받은 대리권은 미리 공지된 규정개정에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명단공개는 오후들어서야 총회 현장에서 됐기 때문에 위임이 적용돼선 안된다는 논리다.

논의 도중 김현 신임 협회장이 어렵게 발언권을 얻어 임원선임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취지로 호소했으나 결국 논란은 계속됐다. 난상토론식의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다소 오락가락하던 논의는 울산지역 원로 변호사의 발언으로 정리됐다. 그는 원로 입장에서 시끄럽게 전개되는 총회분위기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로스쿨변호사들과 전임 집행부 등을 꾸짖더니 '법대로 하자'며 '정족수'를 확인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의장과 변협 사무국이 관련 회칙을 검토한 결과 위임받은 대리권은 임원선임안에는 적용 불가능하고 현장 정족수도 미달된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일단락됐다. 


감사 선출이후 자리를 비운 대의원들 때문에 의사 정족수가 미달돼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임원선임안은 박수로 통과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미 총회장을 떠난 대의원들이 많았다. 


결국 조 의장은 김현 협회장과 협의를 통해 오는 7일 강남구 역삼동 변협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기로 하고 폐회 선언을 했다.


◇ 임원선임안 임시총회선 무사히 통과될까

이번 변협 정기총회는 박수로 안건을 빠르게 통과시켰던 이전과 달리 하나하나의 절차에서 원칙대로 회칙을 중시하는 모습이었다. 총회의장까지 선거를 통해 뽑은 것, 이의제기와 정족수 미달로 임원선임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장 선거를 통해 법조화합이 변호사업계 화두로 떠 올랐지만 총회장에서의 소란은 로스쿨 출신, 연수원 출신의 갈등이 생각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줬다. 바람직하지 않은 집안 싸움보다는 새로운 법률시장 일자리 창출, 유사직역과의 갈등 등 대내외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변호사업계에 산적해 있다.

7일 임시총회에선 무사히 임원선임안이 통과돼 집행부가 꾸려질 수 있을지에 2만여 변호사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만에 하나 또 한번 열리는 임시총회에서조차 통과되지 못해 집행부가 정상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면 변호사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내분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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