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생활법률]원룸 살이, 집주인이 마음대로 들어온다면

주거침입죄될 수도…녹취 등 증거 확보해야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4.03 14:12


#대학생 A씨는 집과 학교가 멀어 학교 주변에서 원룸을 구해 혼자 살고 있다. 주말이면 집에 돌아가 원룸에 들어가지 않는 A씨는 월요일에 학교를 가기 위해 원룸에 돌아왔다가 깜짝 놀랐다.

깨끗하게 정리해 놓은 책상 위가 미묘하게 흐트러져 있었고, 침대 위에도 누군가 사람이 건드린 흔적이 느껴졌다. 당황한 A씨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고,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워둔 집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A씨의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은 “잠시 주변에 들를 일이 생겨 들어와 집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살피고 청소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화가 났지만 크게 항의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만약 집주인에게 잘못 보였다가 쫓겨나면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집을 빌려준 후 그 집을 마치 자신이 살고 있는 것처럼 마음대로 드나들다가는 형사 상 범죄에 해당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행 시즌이나 방학 등 길게 집을 비울 때 위 A씨의 사례처럼 집주인들이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방에 드나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등이 피해자다. 집을 빌려 사는 사람들 입장에선 집주인에게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현행 법에 따르면 세입자의 동의 없이 주거공간에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 행위에 해당해 불법이다. 형법에선 주거침입죄에 대해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방)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보는데는 다들 의견이 일치했지만 실제로 고소가 가능할 지는 현실적으로 힘들거란 의견이 있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주거 공간으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고소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집주인보다 약자인 위치이고 갈등이 생기면 이사를 가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집주인이 정말 관리가 필요해 들어온 것이라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집주인이 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준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단 얘기다. 그렇지만 실제로 집주인이 집 관리를 대신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증거를 확보한 후 신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홍성훈 변호사(법률사무소 다한) 역시 "집주인이라 하더라도 무단으로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방에 침입했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이런 행위가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은 만약 집주인이 들어갔을 때 그 방에 사람이 있는 경우 성추행 등 다른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증거 확보에 대해 홍 변호사는 "만약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엔 사진을 찍고 집주인과 대화 내용을 녹취하는 등 증거를 모을 필요가 있다"며 "다른 방에도 함께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가능하면 진술서를 받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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