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AI 정관계 로비 수사···'문고리 3인방' 겨누나

이태성 기자 2017.07.18 14:03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방위산업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하성용 사장 등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진의 정관계 로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관계 로비 정황이 드러날 경우 로비에 쓰인 비자금의 조성 경위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만약 정관계 로비 대상에 전 정부 고위인사들이 포함됐을 경우 박근혜정부 당시 정권실세들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KAI 경영진의 비리에 촛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KAI의 특정 사업이 아니라 경영진 비리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 사장이 KAI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연임하게 된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사장은 2013년 김홍경 전 사장의 사임 이후 취임했다. 당시 김 전 사장은 2011년 연임이 결정된 후 임기가 4개월 가량 남았음에도 정권이 바뀌자 곧 사의를 표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그해 4월 KAI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이 김 전 사장의 사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 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KAI 사장으로는 이상의 전 합참의장, 박재점 KAI 전 부사장, 김양 전 보훈처장, 오영호 KOTRA 사장 등이 후보로 주로 거론됐다. 하 사장의 경우 직전까지 사장으로 있던 성동조선해양의 부실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음에도 주변의 예상을 깨고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어 하 사장이 지난해 연임에도 성공하자 일각에선 경북 영천 출신인 하 사장이 박근혜정부 유력실세를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KAI는 하 사장이 재직하던 당시 용처가 불분명한 상품권 17억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가짜 법인계좌를 이용한 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 등의 의혹도 불거졌다. 그럼에도 수사나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하 사장이 정권 차원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근혜정부 시절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가운데 한명이 하 사장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친박계 중진 정치인과의 관련설로 흘러나온다.

한편 검찰은 KAI가 수리온 개발 원가를 540억원 과다책정해 방사청에 비용 청구를 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 등을 집중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하 사장의 정관계 로비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하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이 정관계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지면 KAI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박근혜정부 전반에 대한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문고리 3인방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박 전 대통령으로까지 거듭 검찰의 칼날이 닿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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