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담합'했다면…기업에 유리한 선택은?

11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8.28 10:44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용의자 A와 B가 있다. 이들은 함께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되기 전 절대로 자백하지 말자는 약속을 한다. 검사는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심증은 있지만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의 진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때 검사는 용의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지금부터 당신들을 떼어놓고 심문을 할 것입니다. 만약 둘 다 범행을 자백하면 징역 3년을 구형하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한 사람은 자백을 했는데 다른 한 사람은 부인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석방하겠지만 부인한 사람은 징역 5년을 구형하겠습니다. 그리고 둘 다 부인한다면 징역 1년을 구형하겠습니다.” 검사의 말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언뜻 보기에는 두 용의자 모두가 부인하는 것이 용의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되지만 각각의 용의자는 다른 용의자가 부인을 하든, 자백을 하든 모든 경우에 자신이 자백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에 결국 두 용의자는 모두 자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죄수의 딜레마’에서 유래된 리니언시(leniency)

이렇게 두 용의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며, 이것을 이용한 제도가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leniency)이다. 리니언시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담합을 1순위로 자백한 기업과 2순위로 자백한 기업에게 과징금의 전액과 50%를 각각 감면해주고, 검찰고발까지 모두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은밀하게 이루어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담합사건을 용이하게 적발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담합 적발 중 상당수가 리니언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리니언시 제도의 처벌 면제 또는 감경 효과를 의식하여 담합한 기업이 담합을 자진신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 기업 중에는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하여 처벌을 면하고자 자신신고가 무분별하게 남발하거나 자진신고 자체를 기업끼리 담합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하고자 공정위는 자진신고한 기업의 임직원은 직접 심판정에 출석하도록 하고, 자진신고한 기업이 리니언시 혜택을 받은 사실을 누설할 경우 이를 성실 협조의무 위반으로 간주하여 감면혜택을 박탈하도록 했다. 또한, 공정위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때, 상습적으로 담합하거나 다른 기업에게 담합을 강요한 때, 1순위 신고일로부터 2년을 초과해 늑장 신고를 했을 때에는 감면 혜택을 배제하고 있다.

◇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부정당업자제재처분 면할 수 없어…확실한 인센티브 보장 필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시장에서 기업들이 가격을 합의하거나 입찰에서 낙찰자를 사전에 결정함으로써의 부당한 이익을 확보하는 담합행위는 분명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든 만약 담합을 하게 되었다면 기업으로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배신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단이 배신이라면 “승자 한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다(winner-take-all)”는 리니언시 제도의 특성상 빠른 자진신고가 필요하다.

다만, 리니언시를 하더라도 반드시 알아둘 점이 있다. 즉, 리니언시를 한 기업에게는 과징금 감면과 검찰고발 면제라는 인센티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담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소비자나 발주자)가 제기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책임은 면할 수 없다. 또한 입찰담합의 경우에는 발주자로부터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최고 2년까지 받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에서 형법상 입찰방해죄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로 기소되어 처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위해 담합을 시작했으면, 자신의 이윤을 위해 리니언시가 최우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기업에게 과징금 감면과 검찰고발 면제는 물론 부당정업자제재처분 면제 등과 같은 혜택이 함께 확실하게 보장될 때,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최고 수단으로서의 리니언시 제도가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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