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개혁'에 '헌칼' 꺼내든 김명수…"편의주의적 발상"

△상고허가 △상고법원 △고등상고부 모두 부작용으로 폐기된 방안…"다른 묘수 없다" 옹호론도

김종훈 기자 2017.09.15 14:26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15기)가 상고심 사건 폭증의 해결 방안으로 상고허가제 등 사실상 폐기된 카드들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감정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현실적으로 다른 묘수가 없다"는 옹호론도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고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상고법원 제도로 할지, 상고허가제로 할지, 고등상고부로 할지 분명히 정하겠다"며 "논의를 통해 단점을 보완한 뒤 시도해 볼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 생각으로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고, 이 3가지 가운데 가장 하고 싶다"며 "부작용으로 폐지됐던 제도인 만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제시한 △상고허가 △상고법원 △고등상고부 모두 시행됐다 폐지됐거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행조차 되지 못한 방안들이다. 국민의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선택된 사건들만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은 국민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후보자가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상고허가제는 법원이 허가한 사건만 대법원에 상고하는 제도로, 1981년 도입됐다가 9년 만에 폐지됐다. 그 대안으로 도입된 게 심리불속행 제도다. 형사 사건을 제외한 상고심 사건 가운데 상고이유가 부족한 사건은 심리없이 곧바로 기각하는 제도다. 대개 대법관이 아닌 재판연구관이 상고이유서만 보고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기각되는 상고심 사건의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70%를 넘었다.

상고법원 도입 방안은 상고심 사건 가운데 중요 사건만 대법원이 맡고 나머지는 상고법원에 넘기는 것을 말한다. 법안으로 제출됐지만 제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상고법원 판결 이후에도 대법원에 특별상고 또는 특별재항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4심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등상고부제는 경력 많은 고법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를 설치해 비교적 경미한 상고 사건을 맡기는 방안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재판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요 사건이 아니란 이유로 자기 사건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판결을 내린다면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은 '소수의 중요 사건만 심리하고 싶다'는 대법원의 욕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제도"며 "국민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한, 대법원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국민 권리 구제에 힘쓰면서 동시에 정책 판단도 내려야 한다"며 "그러려면 대법관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급심을 강화해 국민들이 '대법원까지 안 가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법원으로 넘어오는 사건 숫자가 급증하고 사안도 날로 복잡해지고 있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상고허가제와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모두 오래 전부터 논의됐지만 부작용이 거론됐던 방안들"이라며 "그럼에도 이 방안들이 다시 거론된 것은 현실적으로 별다른 묘수를 내기 어렵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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