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사권' 사법평의회, 절반은 판사로 채워야"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심포지엄-① 사법행정 개편] 국회 '사법평의회 도입안'에 전문가들 우려…대안은?

한정수 기자 2017.09.20 15:28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 '네이버 법률'의 공동주최로 20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팔래스 호텔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은 (왼쪽부터) 황도수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사법분과 위원장, 윤남근 한국도산법학회장, 오용규 부장판사, 이은경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에서 사법부 개혁 방안으로 추진 중인 '사법평의회' 도입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20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 네이버 법률 주최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심포지엄에서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사법행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사법평의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판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섰다. 이에 사법평의회를 도입하되 위원 가운데 절반을 판사로 채우자는 등의 대안도 제시됐다. 사법평의회는 국회, 대통령, 법관회의 등이 추천한 위원들이 법원행정처 대신 판사 인사 등 사법부의 행정 전반을 관리하는 새로운 헌법기구를 말한다.

이날 심포지엄은 '사법행정 개편'과 '재판제도 개선' 등 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번째 '사법행정 개편' 세션에선 황도수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사법분과 위원장(건국대 교수)이 '국민을 위한 사법행정제도 개혁',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사법평의회 방안의 위험성과 그 대안'을 주제로 차례로 발제했다. 토론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용규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 이은경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가 참여했다.

◇"사법부 행정권, 사법평의회로 떼어내야"

이날 토론에 참석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모두 법원이 관료화돼 있고 전관예우가 횡행해 국민들이 사법부를 공정한 기관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사법행정에 대한 대법원장의 독점적 권력을 지목했다.

황 위원장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을 통해 관료집단 전체를 지휘·통솔하게 되는데 이때 지휘·통솔의 범위가 단순히 사법행정의 범위를 넘어 개별 재판부의 사법권 행사에도 미치고,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해치는 데 이르고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 평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해법으로 독립된 사법행정기관인 사법평의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행정권을 분리·독립시켜 중립적 합의체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행사하도록 하면 사법권과 사법행정권이 1인에게 독점돼 발생하는 폐해를 제거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법부 권력이 대법원, 헌법재판소, 사법평의회로 분할 독립 행사돼 사법권력 남용 가능성이 현저히 축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 위원장이 주도해 마련한 국회 개헌특위의 사법개혁 방안에 따르면 사법평의회의는 △국회가 선출한 8인(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 △대통령이 지명하는 2인 △법률이 정하는 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6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위원 중 호선하고 임기는 6년, 연임은 할 수 없다. 위원은 법관을 겸직할 수 없게 된다. 사법평의회는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대법관을 선출하고,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가운데 호선으로 뽑는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5년, 대법관 임기는 정년까지 보장된다. 대법관 이외의 법관 역시 사법평의회가 전적으로 선발하고 임명하게 돼 있다.

이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평가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평의회 안이 다소 급진적일 수 있지만 사법부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국민들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획기적인 조치가 아니고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법평의회, 국회와 법관회의가 절반씩 뽑자"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법평의회 도입안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법원 전체가 정치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국회와 대통령이 합의에 따라 사법평의회 위원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8인 및 대통령 2인 등 지명 방식으로 각자의 몫을 나눠 갖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인물을 노골적으로 선택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회의에서 6인의 위원을 선출하게 되는데, 위원이 되고자 하는 법관이든 투표권을 가진 법관이든 모두 정치화 될 것"이라며 "법관이 재판을 할 때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법평의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사법평의회의 대안으로 △법원과 법관의 조직을 탈중앙화해 서열구조를 없애는 방안 △대법원장, 대법관, 고등법원장, 지방법원장을 모두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승인해 다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 △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하고 각 고등법원장 등으로 구성된 최고법관회의에서 일반 법관을 선발하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주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 부장판사 역시 "대법관 제청이나 법관 인사에 있어 대법원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대법관추천위원회 또는 다양한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관회의, 법관회의 등에 의해서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이 통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평의회를 도입하더라도 국회가 내놓은 안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협회장은 "사법평의회 위원 가운데 법관회의 선출 인사를 과반수 이상 보장하고, 대한변협 추천 인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야 법조계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사법평의회 구성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대한변협 회장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법평의회가 최소한으로 대법관 선출권만 행사하게 하고 법관 인사 및 예산 등 사법행정권은 사법부에 일임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독점 문제는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 중 호선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 역시 "'평의회'라는 용어는 우리 헌법에 사용된 적 없는 생소한 용어인 만큼 헌법위원회처럼 '사법행정위원회'로 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안에서 대통령의 위원 2명에 대한 지명권을 삭제하고 '국회 선출 6인, 법관회의 선출 6인'의 12인의 위원으로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국회가 위원 절반을 선출하게 해 '법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가치를 살릴 수 있고, 법관회의가 위원 나머지 절반을 선출하게 해 '사법부 독립 및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라는 가치도 균형있게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 "정치권·법원 아닌 국민 위한 사법개혁 돼야"

한편 국회의 개헌 논의를 계기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1987년 헌법이 사법권을 대법원과 헌재로 나눠 분리시킨 것은 유럽식도 아니고 미국·일본식도 아닌 한국의 독특한 실험"이라며 "성과도 있었지만 헌재가 2012년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주장된 '한정위헌' 청구를 헌법소원으로 받아줘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기보다 헌재로까지 계속 끌고갈 수 있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정위헌이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을 축소 해석을 하고 그 이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한 법률에 대해 대법원이 다른 해석을 하는 등 헌재와 대법원 사이에 수년간 갈등이 있어왔다. 이 교수는 "이는 결코 정의롭지 못한 분쟁해결절차의 지연"이라며 "국민의 권리구제를 간결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거론한 상고허가제 방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고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상고법원 제도로 할지, 상고허가제로 할지, 고등상고부로 할지 분명히 정하겠다"며 "제 생각으로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상고허가제는 법원이 허가한 사건만 대법원에 상고하는 제도로, 1981년 도입됐다가 9년 만에 폐지됐다.

이 의원은 "상고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재판 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최소한 헌법상 보장된 3심은 보장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왜 많은 정력과 돈을 들이면서 대법원까지 가려고 하겠느냐"며 "거기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갈려있다. 1심을 못 믿고 2심을 못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관들의 재판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며 "국민들은 5심제가 있다면 다섯번째 재판이라도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곳곳에서 개혁과 변화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고 사법개혁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변화의 요구가 거셀수록 바꿔야 할 것들과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를 구분해 내는 지혜가 필요하고, 특히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개혁은 정치권이나 법원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되며 국민이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머니투데이의 슬로건이 '화해·조정·해법의 경제미디어'"라며 "화해·조정 및 해법의 도출을 담당하는 사법부가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결론을 내려줄 때 경제도 그만큼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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