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규제? 소비자보호?

[the L 리포트] 국회 '확률형 아이템' 규제 입법화에 놀란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실효성 논란

유동주, 송민경(변호사) 기자, 이지혜 디자이너 2016.03.03 18:03
게임 '삼국용팝' 자료화면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확률형 게임 아이템'관련 사건 판결에 대해 게임업계 문제점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판결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회사의 모호한 공지 내용이 '문제없다'는 것이었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실제 작동구조를 확인해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해 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법원의 확률형 아이템 실제 구현 내역 파악 노력미흡 아쉬워" 

중앙지법은 '삼국용팝'이라는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인 장수(將帥)캐릭터를 얻기 위해 각각 1200여만원, 960여만원을 쓴 원고들이 공지 미이행을 근거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기각했다.  공지에 오해소지가 있더라도 순차적으로 캐릭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돼 문제가 없다는게 법원 판단이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 일부가 실제 게임상에 구현되지 않았더라도 계약해지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채무불이행도 아니라는 게 법원 논리다. 

이에 대해 게임 유저들인 원고를 대리했던 김한길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실제 구현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거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아쉬워 했다. 

이어 "광고와 공지를 믿고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도록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사의 공지가 문제없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했지만 공지한 아이템이 실제로 어느 정도 빈도로 구현됐는지도 게임유저들에겐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 실제 빈도 알수 없어 소비자 불만 높아

현재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실제로 게임내에서 구현되지 않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다. 누군가가 그 부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게임사도 매출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우려되는 영업비밀을 일부러 알릴 노력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향후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광고나 공지를 오해하도록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감서 여러번 지적…규제법안도 발의 돼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계의 중요한 돈벌이 수단이지만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큰 불만의 대상이다. 따라서 시중 여론에 민감한 국회도 이미 국정감사에서 여러차례 지적하고 법안까지 내놓았다. 수년전부터 새누리당 이철우, 안홍준 의원 등이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개선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료= 국회 교문위 국감에서 나온 확률형 아이템 관련 시정요구사항(교문위 검토보고서)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은 지난해 3월 확률형 아이템 획득확률·구성비율 정보가 게임물 내용정보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법안까지 나오자 게임업계는 지난해 급하게 '자율규제'를 선언했다. 정치권의 입법에 의한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였다. 이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진 좋지 않다. 안홍준 의원는 지난해 국감에서 "게임업계에서는 자율규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행행위 모사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사행성 짙은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한 게임을 청소년들이 즐기고 있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게임업계, 자율규제 실효성 논란

게임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테티인먼트협회(K-IDEA)가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시행하는 제도는 인증과 모니터링을 통해 운영된다. 문제는 대상 게임이 '청소년이용가'까지만 해당돼 정작 현금결제를 주로 하는 '성인용' 게임은 아무런 제한없이 확률형 아이템을 팔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라고 이름 붙였지만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제재 수단도 없다.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업계의 자율규제는 국회에서의 규제입법 움직임을 막아보려는 수단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만 확실해지고 있다. 따라서 업계 자율규제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정우택 의원 개정안이 실제 입법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른 게임규제와 달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시도는 오히려 게임이용자들의 환영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우택 의원도 업계 자율규제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따라서 19대 회기내 개정안이 처리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어지는 20대 국회에서 다른 의원에 의해서라도 재발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본, '복합 확률형 아이템 법위반 논란'에 자율규제 시작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되고 있는 국가는 게임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정도다. 그중 일본에서 먼저 업계에 의한 자율규제가 시작됐다. 


국회 교문위의 정우택 의원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지난 2012년 확률형 아이템을 2중으로 적용한 콤푸가챠(뽑기로 얻은 아이템을 조합해 다른 아이템을 얻는 방식)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어 금지한다는 일본 소비자청 발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게임업체들이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등의 적극적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항목도 구체적으로 표시하게 하고 1%이하 희귀 아이템에 대해선 별도로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획득확률을 정보를 공개해야한다는 답변이 72%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업계가 소비자 불만을 방치한다면 결국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비자 불만 방치땐…국회 등 외부 규제수순 밟을 수도

아울러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높아 수준 높은 콘텐츠 개발 노력이 부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도 수익에 치우친 질적 하락에 기인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회 교문위 검토보고서 역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게임 이용자의 과소비를 방지하고, 게임업계의 이익 극대화 추구에 따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 내지 허위 확률 공지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를 억제하는 등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정우택 의원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한국 게임업계가 눈앞에 작은 이익에만 집착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때 노력을 해서 소비자 불만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결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 규제가 현실화되기 전에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업계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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