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신뢰로 맺은 계약…신뢰관계 깨졌어도 계약해제 안 돼

신뢰관계 파괴됐단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해도 계약 해제 불가능

송민경 기자(변호사) 2016.07.07 10:36



A씨는 2009년 10월 B사와 자신의 최대 투자금을 5억원으로 하고 B사의 가치를 잠정적으로 300억원으로 평가해 A씨가 실제 납입한 투자금에 따라 지분율을 정하기로 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A씨는 투자금의 일부로 5000만원을 B사에 지급했다.

그런데 열흘 후 A씨는 5000만원을 반환해 달라고 했고, 이를 B사가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A씨가 주장한 투자금 반환 이유는 세부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투자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고 다른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를 철회하는 등 B사와 맺은 인적 신뢰관계가 파괴됐단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은 A씨의 투자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원심은 투자금을 정하고 지분율을 정하는 등 A씨가 밝힌 합의 내용만으로도 투자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봤다. 그러나 유효하게 성립된 투자 계약을 해제하고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B사는 투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해 원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2011다90484 판결)

대법원은 "계약의 해제는 계약 또는 법률 규정에 의한 경우나 판례가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기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이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계약의 해제는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에 대해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키고 이미 계약의 이행으로 행해진 급부에 관해 원상회복의무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효과를 생각한다면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계약이 쉽게 해제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단 얘기다.

또 대법원은 "투자자가 주식회사에 출자를 하는 투자 계약의 경우 주식 출자자의 주관적인 기대나 희망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출자를 철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회사의 물적 기초를 현저히 취약하게 하는 것으로 쉽사리 허용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A씨가 다른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것으로 믿고 투자 계약을 했고 그 이후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 철회를 했다. A씨의 기대나 희망이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로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투자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미 맺었던 신뢰 관계가 파괴됐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정당한 계약 해제 사유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 판결팁= 주식회사에 대한 출자를 내용으로 하는 투자 계약이 출자자와 주식회사 사이의 인적 신뢰관계에 기초해 체결된 경우 그 인적 신뢰관계가 파괴됐다 하더라도 그 이유로 출자자가 투자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계약 해제는 계약 또는 법률 규정에 의한 경우나 판례가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기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엄격하게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 관련 조항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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