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파산' 피하기 위한 두 가지 요령

가족과 함께 논의하고 행동하고 메모 일기 녹음 등 증거 남길 것

이동구 변호사(법무법인 참) 2016.07.17 08:20


노후에 퇴직이나 은퇴 후 파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조언을 건넨다.


가족과 함께 논의하고 행동해야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함께 논의하고 행동해야 한다. 중·장년층의 의사결정은 자신 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자기 확신에 빠져 그릇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논리적으로 밀릴 가능성도 커진다. 창업이나 투자가 처음인 경우 이리저리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문제가 터진 뒤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왜 이런 부담을 혼자 떠안으려 하는가. 아예 처음부터 가족과 상의하고 함께 행동하면 실수나 실패의 여지도 크게 줄어든다. 배우자와 미혼의 자녀는 가장 든든한 동료이다.

한 가족이라고 해도 구성원들의 성격과 성향은 차이가 있다.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그런 다양성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거나, 뻔히 보이는 위험을 무시하거나, 섣부르게 큰 책임을 떠안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에게 수가 더 잘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반외팔목(盤外八目)이라는 바둑 격언도 있다. 바둑판 밖에서 보면 여덟 집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가족은 최후까지 곁에 남아줄 전우들이다.

협상에서도 가족과 함께 한다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에게 악역을 맡겨 놓고 상대방에게 꼬치꼬치 따지거나 약속을 분명하게 단도리하는 것이다. 난처한 거절의사도 단호하게 전달할 수 있다. 혼자 일하다가 사고가 터졌을 때 그 해결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녀줄 사람은 어차피 가족들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아예 처음부터 가족과 협업하는 게 현명하다. 중·장년층의 일은 가족 모두의 일이다.

메모·일기·녹음 등 증거 남기는 것이 중요


재판은 증거싸움이다.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인, 민사재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증거다툼이 그 시작이자 끝이다. 따라서 중요한 계약이나 거래와 관련된 자료는 가급적 많이 최대한 꼼꼼하게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종이가 훨씬 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공증을 통해 확고한 증거를 갖춘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신 사건의 정황을 설명하는 사진, 메모, 일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상의 사실들까지 구체적으로 함께 기록돼 있다면 더욱 좋다. 재판부가 그 자료가 사후에 조작된 것으로 볼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다닌다면 이런 점에서도 유리하다. 한 사람은 문서를 챙기고,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한 사람을 기록을 남기면 된다.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한 사람도 그런 모습을 보면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증거를 최대한으로 수집하기 위해 비밀녹음도 주저하지 말라. 자신이 포함된 대화를 녹음할 때는 형사와 민사에 차이가 있다. 형사사건에서 비밀녹음은 대부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돼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민사사건에서는 법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  


대법원도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 하에서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나 이를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다1789 판결 참조)


또 "당사자가 모른다고 다투는 서증에 관하여 그 성립을 증명하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법원은 다른 증거에 의하지 않고 변론 전체의 취지를 참작하여 자유심증으로써 그 성립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12070 판결 참조)  민사재판에서는 비밀녹음이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단 얘기다.


이동구 변호사는 법무법인 참의 파트너 변호사다. 펀드매니저, 방송기자, 컨설턴트를 거쳐 40대에 변호사가 됐다. 미국 MBA를 마쳤고 법학전문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기업 관련 법무를 많이 다뤘다. 현재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선 퇴직자, 은퇴자, 노후생활자를 위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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