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 항소심서 '첫 무죄' 판결

한정수 기자 2016.10.18 16:04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3명이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것과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 등의 1심은 각기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를 진행했지만 2심은 모두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가 심리한 끝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A씨 등의 성장 과정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적, 개인적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만큼 형사 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군은 가족 부양의 의무가 있는 경우 등에 병역 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다"며 "최근 세계적 추세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A씨 등의 병역 면제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등이 면제 등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성이 있다고 해서 소수자의 논리를 외면하고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입영거부에 대한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 등이 떳떳하게 대체복무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도 "병역의무 자체를 기피하는 것이 아닌 집총 형식의 병역 의무를 거부하는 점, 대체복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입장이 단순한 병역기피와는 구별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행 병역법 제88조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에 따라 병역 거부자들은 대부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이는 재입영 처분을 받지 않는 최소한의 양형이다.

우리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양심적 병역 거부는 법원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병역법 제88조항에 대해 이미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조항은 또 다시 헌재의 심리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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