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서초]"지운다고 지웠는데…" 흔적은 남아있다

⑫컴퓨터에 남은 불법도박사이트 접속 기록…그는 운영자일까 피해자일까

박보희 기자 2016.12.16 02:57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제가 인터넷 도박을 하긴 했는데 도박 사이트를 운영을 하진 않았어요. 운영자라뇨."

인터넷 사설 경마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J씨. J씨는 그 불법 사이트에 접속한 적도 있고, 배팅을 한 적도 있지만, 도박장을 운영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설 경매도박사이트의 서버는 일본에 있었다. 도메인, 즉 인터넷 사이트 주소의 주인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도박사이트는 문을 닫아 더이상 연결되지 않았다.

이 도박사이트의 운영자는 정말 J씨일까. 아니면 도박 사이트 이용자일 뿐인 J씨를 경찰이 운영자라고 잘못 짚은 것일까.

◇사라진 도박 사이트…컴퓨터에서 '운영자' 기록 찾을 수 있을까

경찰은 J씨가 머무르던 오피스텔에서 데스크탑 한 대와 노트북 한 대를 발견했다. 경찰에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디지털수사팀에 확보된 컴퓨터 두 대를 맡겼다. 이 컴퓨터에는 J씨가 운영자라는 증거가 남아있을까.

디지털수사팀은 먼저 인터넷 로그 기록을 확인했다. 로그는 컴퓨터 사용 내용이 기록된 파일을 말한다. 컴퓨터 안에는 도박사이트를 방문한 기록이 다수 발견됐다. 하지만 J씨는 이미 도박사이트를 이용했다고 진술을 한 상황. 이 기록이 J씨가 '이용자'가 아닌 '운영자'라는 증거가 되진 못했다.

담당 수사관은 컴퓨터 안에 남아있는 또다른 흔적을 찾았다. 컴퓨터 주인은 도박사이트 관련 파일들을 지운다고 지웠지만, 주인도 모르게 임시 저장된 파일 조각들이 남아있었다.

◇임시폴더 속 이미지조각 맞춰보니…'회원관리·수익결산'

수사관은 인터넷 임시폴더에 남아있는 파일 조각들은 하나씩 모았다. 컴퓨터는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하도록 방문 기록 등을 임의로 저장하곤 하는데 이렇게 임시 저장된 파일 중에는 도박사이트의 아이콘이나 이미지 등도 발견된 것.

퍼즐 맞추듯 복원한 웹페이지에서 '관리자 설정' '입금' '출금' '경기시간' '경기결과' '배팅판' '회원관리' '수익결산' 등의 항목이 나타났다. 관리지가 사용한 컴퓨터에서나 발견될 것들이었다. 이렇게 구성된 웹페이지에서는 경마 뿐 아니라 경륜, 경정 이미지도 있었다.

분석 결과 조사관은 인터넷 임시폴더에서 인터넷 도박게임 관리 사이트 접속화면으로 보이는 웹페이지가 복구된 점, 복구된 웹페이지는 하위 가맹점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아이디로 접속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컴퓨터의 주인이 도박사이트 운영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 J씨는 매주 주말 한국마사회에서 시행하는 경마 경기를 자신이 만든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를 해줬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게임에 배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이기면 배당금을 지급하고, 지면 배팅한 돈은 J씨가 갖는 식이었다.

컴퓨터 주인인 J씨는 끝까지 자신이 운영자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더 믿을만하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J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없는데 유죄가 나왔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J씨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던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오히려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 '징역 1년'으로 형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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