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드라마 '피고인' 로스쿨 비하 논란…변호사들 뿔났다

방송작가들의 로스쿨에 대한 편견에 문제제기…로스쿨에 대한 편견으로 '금수저'이미지 덧씌우고 부정적 인식 확대 재생산

유동주 기자 2017.01.27 08:31
조영광 감독, 배우 오창석, 소녀시대 유리, 배우 지성, 엄기준, 엄현경, 아역배우 신린아가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진행된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이원근, 김서형, 윤계상, 전도연, 유지태, 나나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진행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드라마 '피고인'의 등장인물 중 로스쿨 출신 검사로 설정된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 배경묘사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로스쿨 변호사 2500여명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26일 SBS에 '피고인' 캐릭터 설정과 묘사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법협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인 '여민경'에 대한 인물소개에서 '아빠빽으로 로스쿨 가고 삼촌빽으로 로펌에서 경력쌓은 낙하산 검사'라고 돼 있는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로스쿨 부정입학이나 로스쿨 출신의 청탁에 의한 로펌입시가 가능하거나 일반적인 것처럼 묘사해 로스쿨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sbs 드라마 '피고인' 등장인물 설명 중 여민경(한지우 분)/출처=카카오다음 드라마 소개페이지

또한 방송통신심위원회 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를 위반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다음 달 14일까지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한법협은 수정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SBS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로스쿨 변호사들이 일개 드라마 인물설정에 발끈한 것은 이번 '피고인' 사례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된 '굿 와이프'에선 젊은 변호사로 나오는 '이준호(이원근 분)'가 잘 나가는 부모를 두고 비싼 옷을 자랑하는 로스쿨 출신 캐릭터로 나오기도 했다. 특히 '굿 와이프'는 미국 원작에선 주인공과 조연급으로 나오는 변호사들이 미국 명문 로스쿨 출신들로 나오는데도 유독 한국판에서는 젊은 이준호 변호사만 소위 '금수저'에 비호감 캐릭터로 묘사됐다. 

게다가 미국 원작에선 오히려 젊은 남자 변호사(극중 캐리 아고스)가 18세에 집에서 독립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자수성가형 캐릭터로 나온다. 반대로 여주인공(알리샤 플로릭)은 남편을 로스쿨에서 만나 변호사시험에는 합격했지만 결혼하고 주부로만 지내던 중 고위직 남편 후광과 옛 남자친구의 도움, 즉 '인맥'으로 성공하는 소위 '금수저'로 그려진다. 

특히 '흙수저'나 다름없는 캐리는 알리샤와의 경쟁관계에서 고위직 남편 후광으로 쉽게 경력을 쌓고 파트너 변호사까지 오르는 알리샤에 밀려 번번이 좌절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한국 리메이크작에선 로스쿨 출신이란 점을 '금수저'의 상징으로 설정해 캐릭터 성격을 아예 반대로 바꾼 셈이다. 

서울 왕십리 디노체컨벤션에서 열린 tvN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기억' 제작발표회에 연기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같은 tvN 드라마였던 '기억'에서도 주인공인 박태석(이성민 분)과 정진(이준호 분)은 가난하게 태어나 사법시험에 합격해 로펌에 들어간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로 그려진 반면, 로펌 대표 아들로 나온 이승호(여회현 분)는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로스쿨 학생으로 나왔다.  어느 KBS 드라마에선 로스쿨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장면이 방송돼 항의가 쇄도하자 관계자가 공식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는 드라마에서 로스쿨 폄하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법시험·폐지'를 둘러싼 논란 와중에 사시존치 활동을 하는 연수원 출신 저연차 변호사들과 고시생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퍼트려진 로스쿨에 대한 정당한 비판 이상의 근거없는 비난이 드라마 설정으로 쓰이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송 드라마 작가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등장하는 작품 집필시 부정적 선입견으로 대본을 쓰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로스쿨 측은 방송작가들이 드라마 집필시 부정적 선입견으로 로스쿨 변호사를 금수저 등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으로만 설정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에 대한 오해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가 있었던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로스쿨 1기 출신 변호사가 법률자문을 맡은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해 현실성 있는 법률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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