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시부 성범죄자로 몰아라" 지시한 무속인 징역9년 확정

황국상 기자 2017.03.15 10:33
대법원 청사


남편·시아버지를 변태성욕자, 성범죄자로 수사기관에 무고할 것을 지시한 무속인에게 징역 9년형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무고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김 모씨(59)와 김 씨의 사주를 받아 무고와 명예훼손 등 범죄를 직접 저지른 이 모씨(46)에 대해 각각 징역 9년형과 징역 2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며 15일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이 씨의 작은어머니의 동생으로 1986년부터 무속인으로 활동해왔다. 이 씨는 지방소재 한 교회의 A목사의 아들 B씨와 결혼하고 미국생활을 하다가 병이 걸렸는데 김 씨의 주술적 방법으로 본인의 병이 나았다고 믿고 김 씨를 따르게 됐다.

이 씨는 B씨와 함께 보유하던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처분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김 씨와 그 측근들의 명의로 이전됐다. 2013년 이 씨는 B씨와 이혼소송을 진행했는데 이 이혼소송이 진행되던 시기인 2014년에 B씨는 "무속인이 이 씨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법원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들의 처분규모와 매매대금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B씨와 이 씨가 보유하던 재산에 대해 압박이 들어오자 김 씨는 이 씨를 통해 B씨를 무고 등 방법으로 압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씨는 김 씨의 지시를 받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B씨 뿐 아니라 이 씨의 시부인 A씨가 본인과 두 아들에게 마약을 투여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무고를 수차 진행했다.

김 씨의 지시를 받은 이 씨로 인해 무고피해를 입은 이들은 A, B씨를 비롯해 44명에 달했다. 이들은 또 이 씨의 두 아들에 대해 아동학대, 아동방임 등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도 적용됐다.

1심에서는 무고를 교사한 김 씨에 대해 징역 9년형을, 실제 무고행위를 저지른 이 씨에 대해 징역 3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고소한 사실은 모두 허위이고 피고인 역시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피해자들을 고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씨에 대해서도 "이 씨에게 고소의 대상, 내용, 시기를 구체적으로 교사했고 고소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김 씨는 이 씨가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진술하고 행동할지 여부도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사건이 커지도록 여러 곳에 민원을 제기하도록 했다"며 김 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2심에서는 이 씨에 대한 형이 징역 2년형으로 감경됐다. 2심 재판부는 "이 씨는 망상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심신장애인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거나 형을 감경토록 한 형법규정에 의해 형을 감경했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원심판결에 잘못이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씨에 대해서는 "피무고자가 44명에 달하고 이들은 누명을 벗기 전까지 변태성욕자, 아동 성범죄자 등 온갖 비난을 받았다"며 "김 씨가 아무런 반성도 보여주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없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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