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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회사 동호회 참가중 교통사고 사망…업무상재해?

근무시간 외 활동이었어도 회사 관리 받았으면 업무의 연장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3.20 17:04

'친절한판례氏'에서 사업주가 주최한 공식 회식 자리에서 직원이 평소 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셔 다쳤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와 과음 그리고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다는 대법원 판례(2013두25276)를 소개한 바 있다.

 

회식 중 과음이 사고로 이어지는데 업무 관련성이 있었는지를 따져 관련성이 있고, 그것이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라고 인정된다면, 소위 말하는 산재 처리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회식과 같이 회사 근무시간 외의 활동이지만, 회사의 지원을 받는 사내 동호회 활동 중 사고로 사망한 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97누7271)도 있다.

 

A씨의 남편인 B씨는 X회사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광고회사인 X회사는 회사의 특성상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새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개방된 분위기 조성에 힘썼고, 그 방법의 하나로 사내 동호회를 적극 지원했다.

 

B씨는 사내 낚시 동호회의 회장으로, 회원은 10여 명이었지만, 낚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회사 내에 행사 공고를 해 회원이 아니더라도 전 사원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낚시회는 매년 2회의 정기행사를 가졌고, 정기행사를 할 때는 회사 측에 일시, 장소를 보고한 뒤 허락을 받아 경비를 지원 받았다.

 

낚시회 1박 2일 정기행사 날인 금요일, B씨는 원래 평일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해야 했지만, 회사의 허락을 받아 오후 4시 반에 서울에서 충남 당진군으로 출발했다. 원래 정기행사의 경우, 회사로부터 차량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참가인원이 4명밖에 되지 않자, B씨는 회장인 자신의 승용차로 참가자들을 인솔하기로 했다.

 

행사를 마치고 토요일 낮 다시 서울로 돌아오던 B씨 일행은 도로상에서 마주오던 다른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B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B씨의 아내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에 따른 사망을 원인으로 유족보상일시금과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사망이 근무시간 외 여가시간을 이용한 동호회 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것이라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그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일시금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근무시간 외에 사내 동호회 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의 사고를 '업무상 재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해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회사 외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회사 내에서의 근무 외 행사도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중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입은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런 기준에 따라 재판부는 "B씨가 참가한 낚시회 정기행사에는 당시 참가인이 4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X회사의 업무수행과 사회통념상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전반적인 과정에서 X회사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그 결과 행사 참가를 마치고 귀가 중 사망한 B씨는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것이 인정 돼 그의 아내 A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상의 유족보상일시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 판례 팁 = 위 사례와 유사한 사건 중에는 회식 술자리 과음으로 사고가 난 경우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회식 술자리 중이나 이후에 사고가 났다고 해 무조건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인 것은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대법원의 인정 기준인 사업주 측의 음주 강요여부나 회식 당시 구체적 상황이 사고가 발생케 한 직접 원인이 되었는지 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근로자 측이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는 보상을 받기 위해 여러 사정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 규정에 대해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산업재해의 입증책임은 여전히 근로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명심해 사고발생시 증거나 증인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관련 조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보험료) 이 법에 따른 보험사업에 드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징수하는 보험료나 그 밖의 징수금에 관하여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 "보험료징수법"이라 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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