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론에 대한 단상(斷想)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오태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7.08.03 05:10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되었던 증세론 좀더 구체적으로 이른바 부자증세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기본 방향은 소득세의 누진세율 구간 중 5억원이 넘는 구간의 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고, 법인세 역시 2,000억원 초과 부분에 대한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려 복지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소득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핀셋증세’, ‘명예증세’, ‘착한 세금’라는 별칭으로도 불리 우고 있다.

소득세나 법인세와 같은 대표적인 직접세는 납세의무자와 경제상의 담세자가 일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과표구간이 증가하면 세율이 누진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세율 체계가 적어도 소득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당초 의도한 조세정책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는 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많다. 그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증세론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본다.

먼저 증세가 이루어지면 실제 증가된 세금을 납부해야 할 납세의무자에 대해서 이해와 동의를 구하기 위한 절차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어떠한 정책을 펴게 되면 음지와 양지가 있기 마련이고, 특히 조세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하여 비례적으로 국가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행복해지고, 미래의 세대가 더 살만한 나라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소득이 많으니 아무 말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반강제가 아닌 스스로 주머니를 열어 국가에 이바지 한다는 진정한 착한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하게 할 최소한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증세의 대상인 ‘초고소득층’의 목소리가 소외된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국가들에서는 자발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고 청원하는 부자들의 모임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다음으로 이제는 우리나라 조세정책 전체를 들여야 보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구조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최고 세율은 높지만 실제 소득세 실효 부담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또 근로소득자 절반은 소득세를 아예 납부하지 않지만,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의 절반에 육박하는 세금을 낸다고 한다. 법인세 역시 소득세와 비슷한 구조이다. 그간 이런 불합리한 결과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무조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조세의 불공평한 배분이 국민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진영논리나 정치적 계산은 이제 접어두고 모든 국민이 화합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좀더 솔직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인 국가간 경제블록화, 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복지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정작 생산인구와 소비는 줄어드는 경제적 악순환이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다. 모든 국민이 떳떳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절실한 목표가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조세 관련 쟁송과 세무조사, 행정불복 분야이다.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을 거쳐 조세 및 행정 전문 법원인 서울행정법원판사로 재직했다. 현재 대법원 특별법연구회,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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