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죽음…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해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배진수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2017.08.06 05:1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주택에 세 들어 홀로 살고 있던 임차인이 사망했습니다. 임대인은 남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망인의 유류물품도 정리를 해야 다시 주택을 임대할 수 있어 주민센터에 문의를 해 봤지만, 돌아가신 분의 가족과 연락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제 마음대로 망인의 유류품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늘어가는 나홀로 죽음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 2015년에는 전체 가구의 27.2%를 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다가 나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나홀로 죽음을 통상적으로는 ‘무연고 사망’이라 말한다. 
과거에는 주로 독거노인들이 가족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이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주목한 최근의 여러 연구들에서는 이를 ‘고독사’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여 그 사회적 의미와 대안을 찾는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무연고 사망자가 남긴 잔여재산 처리


무연고자가 사망할 경우라도 망인이 쓰던 물건들, 얼마간의 예금, 임차보증금 등은 그대로 남아있다. 미리 유언을 통해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여 남은 재산을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두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 죽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장례절차와는 달리 상속재산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법에서 시설장이나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부여한 바 없고, 무연고자라고 해서 특별히 그 절차를 간소화하는 규정도 없다. 따라서 상속재산, 즉 무연고자가 남긴 임대차보증금이나 통장예금, 자동차, 생활가전과 같은 유류품 등의 처리는 개인의 재산권을 다루는 민사상의 일로서 민법의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례의 경우 임대인은 우선 망인에게 상속인이 있는지를 먼저 수색해야 한다(사망한 임차인에게 가족관계등록부상 상속인이 존재한다면 법적인 의미에서의 무연고자가 아니다. 법에서는 상속인이 없거나 상속인이 있더라도 모두 상속포기 한 경우를 무연고 사망으로 본다). 법정상속인을 상대로 주택을 임대인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하면서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되었다면 상속인이 누구인지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우선 망인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한 후 소송과정에서 상속인을 확인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만약 사례에서 망인에게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임대인은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무연고 사망자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청구하여 상속재산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반환받고 망인의 유류품을 처리하여 건물을 인도하도록 할 수 있다. 임대인은 민법에 따라 무연고자의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망인의 유류품등은 정리되어 주택을 인도받았으나 보증금 반환의무만이 남은 상황이라면 소송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보증금을 법원에 변제공탁하여 보증금반환의무를 면할 수 있다. 판례에 의하면 채권자가 사망하고 과실없이 그 상속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채무자는 변제공탁을 할 수 있고, 피공탁자인 상속인은 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등 상속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공탁관에게 공탁물, 즉 보증금 출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임대인이 상속인이 누구인지 몰라 피공탁자를 지정할 수 없다면 사망한 임차인을 피공탁자로 지정하여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

◇쓸쓸한 죽음을 보듬어 줄 손길이 필요한 때

나홀로 죽음에 따른 번거로운 법적절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임대인은 더 이상 독거노인 등 혼자 사는 취약계층과의 임대차 계약을 꺼리게 되어 취약계층의 주거권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시설이나 지역사회에서도 무연고자 사망 시 상속재산처리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구청에 무연고자 사망에 따른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으나 대부분은 장제 절차를 처리하는데 그치고 장제 이외에 유류품 등 잔여재산처리까지 진행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장애인 시설 등 시설에서 무연고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이들이 남긴 잔여재산을 처리하지 못해 쌓여가거니 이를 시설후원금 등으로 유용하여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제까지 무연고자의 죽음에 따른 잔여재산의 처리는 복잡한 법적 절차 안에서 방치되어 왔다. 쓸쓸한 죽음을 사회가 보듬어줄 수 있도록 공공영역에서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배진수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 개선, 위기청소년 성매매 예방 등 복지 분야의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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