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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계약, 말로 한 약속 믿지마라"

[Law&Life-'노예'와 '스타' 사이 ②] "표준계약서 있지만 실효성 글쎄…상황별 표준계약서 필요"

박보희 기자 2018.03.30 05:02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계약은 당사자간 합의다. 법은 자율적 계약을 존중한다. 다만 여기엔 조건이 있다. 당사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했다는 전제다.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 안에서 계약이 이뤄질 경우다. 연예인 지망생이 그렇다. 기획사와 계약하지 않으면 사실상 데뷔가 불가능하다. 기획사가 제시한 계약 내용이 부당해보여도 사인을 할 수 밖에 없다. '갑-을' 계약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마련한 게 '표준전속계약서'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자세하게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해 놓은 것은 표준계약서의 장점"이라면서도 "연습생과 신인, 중견 연예인의 상황이 다르고, 기획사 역시 대형과 중소 기획사의 상황이 다른데 획일화된 표준계약서는 이런 차이를 반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다. 합의에 따라 수정이 가능하다. 표준계약서 내용 가운데 '갑' 입장에 유리한 것만 발취해 사용하면서 '표준계약서 내용이니 합의하라'는 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표준계약서를 상황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 변호사는 "표준계약서가 나오기 전에는 3~5년짜리 계약도 많았지만 표준계약서가 나오고 난 뒤 오히려 당연하게 7년으로 기간이 길어졌다"며 "표준계약서 사용이 안착단계에 들어선 만큼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계약서를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계약 당사자가 계약서 사인 전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계약 내용을 이해한 뒤 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계약 후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이게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한창 활동을 해야 할 10~20대에 어떤 계약을 했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인만큼 법률검토 등을 충분히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말로 하는 약속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법원에서도 입증하지 못하면 인정받기 힘들다"며 "구두 합의 사항을 계약서에 반영하지 못했더라도 혹시 문제가 됐을 때 입증할 수 있도록 이메일이나 주고받은 문자 등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거는 계약서인만큼 가급적 계약 기간은 짧게 하는 것이 좋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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