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반기든 이성윤…대검 "자신 있다면 순리 따라라"

이정현 기자 2020.07.01 04:30

윤석열 검찰총장/사진=뉴스1



대검찰청이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더 이상 수사에 개입하지 말아달라는 서울중앙지검의 요청에 "자문단 소집은 인권 수사 원칙에 비추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언 유착' 수사를 계기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총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대검 "수사팀 자신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해 합리적인 의견 개진하는 게 순리"


30일 대검은 출입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구속은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 단계에서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선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시켜야 한다"면서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대검에 보고했으면서 이제와서 실체적 진실과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검언유착 사건은 제3자 해악 고지, 간접 협박 등 범죄 구조가 매우 독특한 사안으로 기존 사례에 비추어 난해한 범죄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지휘협의체에서도 사건 범죄 구조의 독특한 특수성 때문에 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했고 풀버전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한 것이었으나 수사팀은 이에 불응했고 이러한 상황을 보고받은 검찰총장이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은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대검에 보고된 단계는 어느 시점보다 자문단의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한 적절한 시점"이라면서 "범죄 성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간 자문단은 대검 의견에 손을 들기도 하고 일선 의견에 손을 들기도 했다"면서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피의자에 대해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해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진=뉴스1




이성윤 "대검은 자문단 소집 절차 그만두고 더이상 개입 말라"


앞서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해 "해당 사건은 수사가 계속 중인 사안으로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치 않은 점, 자문단과 수사심의회 동시 개최,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해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 주실 것을 대검에 건의드렸다"고 했다.

이어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본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실 것은 건의드린다"고 했다.

윤 총장이 자문단 소집 지시를 이미 내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당장 중단하라며 정면으로 충돌하고 나선 것이다. 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사실상 윤 총장을 비롯한 대검 지휘부는 더 이상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및 수사팀은 이전에도 대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하며 '통보성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를 한 뒤 지휘를 기다리지 않고 하루 정도가 지나면 자체적으로 처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이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은 서울중앙지검이 또다시 자체 처분으로 수사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사진=뉴스1





갈등의 골 깊어지는 윤석열vs이성윤...진실은?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격돌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검언유착 사건은 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심의를 동시에 받는 초유의 상황에 처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자문단과 심의위가 모두 소집되는 것이다.

자문단 소집은 검언유착 의혹에 등장하는 채널A 이모 기자 측에서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며 요청했고 윤 총장이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가 끝난 직후 결정했다. 심의위는 마찬가지로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25일 자문단 소집에 대응 차원에서 소집을 요청했다.

사건 당사자들이 서로 못믿겠다며 자문단과 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고 있는 와중에 수사팀의 왜곡 보고 의혹도 터져나왔다. 수사팀이 사건의 주요 증거물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대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전해들은 대검 형사부 과장들과 연구관들은 수사팀이 보내온 녹취록 전문을 검토한 결과 보고서에 들어간 내용이 '악마의 편집'에 가까울 정도로 왜곡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대검 지휘협의체는 이같은 검토 결과를 받아본 뒤 수사팀에 19일 오후까지 반박 의견을 제시하라고 지시했으나 수사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아울러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해 소명하라는 지시에도 불응하고 지금까지 구체적인 범죄사실조차 적어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공문을 보내 입장을 밝히는 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공문을 보낸 뒤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데, 특임검사만큼 수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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