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피의자인 이종섭 주 오스트레일리아 대사에 대해 "당분간 소환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사 측은 "준비가 아직도 안 돼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로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과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사건관계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공지했다.

공수처는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해당 사건관계인에게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사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법조 기자단에 "당분간 소환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며 "변호인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 당황스럽다"고 알려 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출국금지를 몇 차례 연장하고, 해제에 반대 의견까지 냈다고 하던데, 소환조사 준비가 아직도 안 돼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국금지와 해제 반대에 무슨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했다.

아울러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 안 된다"며 "고발장 자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인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조만간 공수처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4일 임명되고 7일 공수처에서 4시간 동안 약식 조사를 받았다. 법무부가 이튿날인 8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면서 지난 10일 오스트레일리아로 출국했다가 지난 21일 정부 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본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한 뒤 이를 번복하고 경찰에 이첩된 자료 회수를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