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전쟁]① 변호사는 얼마나 공부해야 '변리사' 될 수 있을까

[the L리포트]"2년은 교육 받아야"vs"2개월이면 충분"

박보희 기자 2016.03.28 08:56
사진=뉴스1

변리사법 개정으로 변호사도 실무수습을 받아야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이를 둘러싼 두 직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변리사 실무수습을 담당하는 기관과 기간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변호사는 얼마나 교육을 받아야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을까.

◇변리사법 개정 "변호사도 실무수습 받아야 변리사 자격 부여"

변호사와 변리사 간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1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그동안 변호사들은 등록만 하면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오는 7월부터는 개정된 변리사법 3조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한 실무수습을 마친 사람'만 변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구체적인 실무수습의 기간과 방법에 대해서는 정해놓지 않았다.

구 변리사법 5조2항은 '(변리사) 등록 신청 전 1년 이상의 실무수습을 마쳐야 한다. 다만 변호사 등은 그러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지난 1월 법이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등록신청 등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현행 변리사법 시행령은 실무수습(12조)과 관련 '제5조2항에 따른 실무수습기간은 1년'으로, 시행규칙(7조)은 '제5조2항에 따른 실무수습은 변리사회, 변리사 사무소 또는 변리사회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실시하고, 실무수습의 내용, 방법, 절차 등은 변리사회가 특허청장의 승인을 받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변리사법 5조2항이 삭제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정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따라 관할 부서인 특허청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실무수습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실무수습 2년은 해야"vs"2개월이면 충분"

변리사들은 현행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5조2항'이라는 문구 대신 실무수습을 규정한 개정안 '3조'를 넣어 변경하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교육 기간과 주체는 변경할 필요가 없고, 변호사도 변리사와 동일한 실무수습을 받거나, 오히려 교육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변리사들은 시험 합격 후 2개월간 하루 8시간 이상의 집합교육을, 이후 10개월간은 특허사무소 등에서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변리사 업무를 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강일우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변호사 자격자 실무수습 교육기간은 지식재산권 기초부터 전문과정 자연과학 등 집합교육 12개월, 특허사무소 실무 12개월 등 총 24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은 변호사 교육은 변호사 단체가 직접 맡아야 하고, 교육 기간도 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1월 대한특허변호사회를 만들며 발빠르게 대처했다. 지난해에는 '지식재산연수원'을 출범하기도 했다.

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은 "지식재산연수원의 관리감독 하에 현행 변리사 실무수습 과정에서 로스쿨과 중복되는 부분 제외하면 2개월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후진적 제도"

변호사 단체 측에서 2개월 교육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로스쿨에서 이미 교육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한변협은 "로스쿨 도입 후 이공계 전공 변호사만 1725명이 배출됐다"며 "1년 수습기간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변리사회는 "실제 변호사시험에서 지식재산권법은 선택과목으로 이를 선택하는 학생 수는 4% 수준이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더라도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변호사시험 응시생 중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하는 이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2년 1회 변호사시험에서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한 응시생은 전체 응시자 1665명 중 82명, 합격자는 77명이었다. 지난 2014년 3회 시험에서는 응시생 2292명 중 61명이 이를 선택했고, 41명이 합격했다. 


전문가들 또한 변리사 업무의 전문성과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더라도 변리사 고유 업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지배적이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떻게 교육을 할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 전문 지식이 없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주는 것은 후진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 출원인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힘든다"며 "(자동자격 제도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관련 지식을 갖춘 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 변리사로 활동을 하다가 변호사 개업을 한 A변호사는 "개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2개월 실무수습을 받고 변리사 업무를 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실제 변리사로 등록한 변호사 중 특허출원, 명세서 작성 등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자동자격을 받아 변리사로 등록한 변호사 중 실제 변리사 업무를 하고 있는 이는 6%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 8176명 중 변리사 시험을 통해 등록된 인원은 2762명(33.8%), 변호사로 자동자격을 부여받은 이는 4774명(58.4%)이다. 하지만, 변리사 등록 후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을 이수한 변호사는 292명에 불과했다.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특허청은 과태료를 부과한다.

특허청은 "실제로 변리사 업을 하지 않고 자격만 획득하기 위해 등록을 한 변호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법적 해석이 논란이 있어 검토 중"이라며 "과대료 부과 대상자 중 관련 업무를 한 건도 수임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변리사 자격을 받은 변호사 중 실제 변리사 업무를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가경쟁력 문제…개선 방안 고민해야"

특허권 관련 소송은 판사들에게도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의 출원, 분쟁에 관한 심판·소송 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이나 발명가가 개발한 기술을 권리화하고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조언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이공계 출신이 주를 이룬다.

이같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올해부터 법원은 특허권 등 침해소송 관할집중제도를 시행중이다.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품종보호권 등 침해소송 1심을 전국 5개 관할집중법원에서 맡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그동안 침해소송 1심은 전국 법원에서 맡아왔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특허법원 판사의 근무 기간도 2~4년에서 4~6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역시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해외에서도 변호사에게 자동적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은 특허에이전트 시험에 합격해야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다. 독일은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후 변리사 사무소와 법원에서 일정기간 연수를 받아야 하고, 프랑스는 이공계 학사 취득 후 실무수습 과정을 거쳐야 변리사 시험 응시 자격을 얻는다.

A변호사는 "결국은 국가경쟁력을 키우기위한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자동자격을 줄 것인지를 떠나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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