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보수…'I-Message'로 말하기

[조우성의 로세이 ] "상대방 감정 덜 자극하는 장점 있어"

조우성 변호사(머스트노우) 2016.03.30 10:26

변호사로서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터프한 상대방을 만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자칫하면 상대방과 감정싸움을 하거나 나의 입장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협상이나 설득이 어려운 대상과 대화를 할 때 전문협상가들이 권하는 방법은 'I-Message로 말하기'다.

'YOU-Message 화법'이 상대방을 주어로 해 상대방을 평가하는 표현방식이라면 'I-Message 화법'은 나를 주어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덜 자극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아주 복잡한 일을 맡기면서도 비용은 너무 싸게 해 달라는 의뢰인이 있다고 치자. 보통 그런 때 감정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한다거나, 공격적으로 나가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 경우 I-Message를 활용해 보자.

I-Message 말하기의 첫 단계는 Labeling(상대방 마음 준비시키기)이다. 상대방에게 대뜸 내 주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마음의 준비'를 한 후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단계다. 질문을 통해 상대의 동의를 이끌어 냈으므로 앞으로 이어질 대화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좀 꺼내기 어려운 얘기지만 방금 말씀하신 변호사 보수에 대해 저희 사무실 입장을 솔직히 말씀드려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두 번째는 Fact(사실을 말하기) 단계다. 협상 상대의 주장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언급하거나 내가 이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을 활용하는 게 좋다.

"아마 알아보시면 아시겠지만 통상 중형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시간당 단가가 20만원 내지 40만원 정도 사이입니다. 이 사건에 투입될 변호사는 3명이고 그 3명의 시간당 단가는 20만원, 25만원, 30만원이며 변호사별로 약 OO시간 동안 이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저희 사무실에서 투여되는 비용은 800만원 정도인데, 지금 의뢰인께서 말씀하시는 300만원의 비용 만을 받게 된다면 저희들은 약 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Feeling(감정 말하기) 단계다. 협상 상대의 부정적인 태도나 무리한 제안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단계이다. 이 때 '비난'을 해선 안되고 느낌만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정도로 손실을 보게 되면 저는 대표변호사님이나 선배 변호사님들께 다른 사건을 두고 왜 이 사건을 진행해서 전체적인 사무실 수익성을 악화시켰냐는 질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법률사무소도 수익을 내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죠?"

네 번째는 Intention(의도 말하기) 단계다. 궁극적으로 내가 주장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는 단계다.

"어느 정도 비용을 보장해 주셔야 저희 변호사들이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고, 사무실 차원에서도 제가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귀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Feedback(상대방 답변받기) 단계가 있다. 나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하는 단계다. 나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진솔한 대화를 원한다는 인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너무 제 입장만 말씀 드린 거 같습니다. 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쉽진 않겠지만 이 5단계를 평상시에 연습해 두면 유사시에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뚜벅이 변호사'·'로케터'로 유명한 조우성 변호사는 머스트노우 대표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쳐 현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를 운영 중이다. 베스트셀러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의 저자이자 기업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문가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