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안했다고 남편 유산 안 준다는데…

[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조혜정 변호사 2016.04.05 08:07

Q. 시동생들 때문에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네요. 저는 17년 전 제 나이 마흔 다섯에 지금의 남편과 살게 됐습니다. 피차 두 번째 결혼이고 자식을 낳을 것도 아니라 혼인신고는 굳이 할 필요 없다 해서 하지 않았어요. 결혼한 후 남편과 저는 장사를 해서 돈을 좀 벌었습니다. 둘 다 자식이 없고 놀 줄 모르는 성격이라 오로지 일만 하고 살았더니 재산이 제법 모여서 아파트 한 채 장만하고 4억원 정도 저축을 했습니다. 모두 남편 명의로 해두었고요.    

그런데 몇 달 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은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의사들 말로는 그 상태에서 오래 살기는 어려울 거라고 하네요. 남편이 그렇게 되니까 시동생들 태도가 싹 바뀌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전에는 저한테 "형수님"이라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 무슨 형수냐"라고 하는 겁니다.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까 저는 남편재산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고 자식도 없으니까 남편 재산은 자기들 꺼라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비록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시댁 제사나 명절에 가서 제 할 도리는 다 했고 집안 결혼식에도 갔습니다. 시동생들 형편이 어렵다고 돈 부쳐줄 땐 형수로 떠받들더니 남편 재산이 걸리니까 저를 완전히 무시하네요. 시동생들 말대로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저는 남편 재산을 하나도 못 받는 건가요? 저와 남편이 힘들게 일해 번 돈인데 너무 억울합니다.

A. 선생님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인데 당연히 받아야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혼인신고를 안 하셨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동생들이 법적인 상속인인 건 맞지만 그렇다 해도 선생님이 남편 재산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남편을 상대로 사실혼 관계 종료로 인한 재산분할 청구를 하는 것입니다. 혼인신고는 안 했더라도 보통 부부와 똑같이 사는 것을 '사실혼'이라고 하는데 사실혼 관계에도 사실혼 기간 중에 같이 모은 재산을 분할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됩니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선생님이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17년 간 같이 살았고 가족들 사이에서 부부로 사셨기 때문에 사실혼으로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남편이 의식불명 상태인데도 소송을 할 수 있느냐가 조금 문제이긴 한데, 사실혼 관계 당사자가 의식불명인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으니까 이 부분도 괜찮을 걸로 보입니다.

선생님이 남편을 상대로 해서 재산분할청구를 하게 되면 남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을 분할받게 됩니다. 선생님이 남편과 오랜 기간 같이 살았고, 두 분이 같이 장사를 해서 모은 재산이니까 제 생각으로는 남편 명의 재산의 2분의 1 정도는 분할 받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나머지는 남편의 법적 상속인인 시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두 번째 방법은 지금이라도 선생님이 혼인신고를 하는 방법입니다.  원래 혼인신고는 부부 양쪽이 합의해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예외가 있긴 합니다. 사실혼 관계 부부 중 한 쪽 당사자가 혼인신고를 할 경우 다른 한 쪽이 혼인 의사를 명백하게 철회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그 혼인신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으니까, 선생님이 단독으로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법원이 무효라고 하지는 않을 걸로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단독으로 한 혼인신고가 유효하다고 전제하면 선생님은 남편의 법률상 배우자로서 자식이 없는 남편의 단독 상속인이 되는 겁니다. 혼인신고를 한 법적인 배우자가 있으니 시동생들은 상속인 자격이 없게 되는 거고요. 이렇게 되면 남편 명의 재산은 모두 선생님이 상속할 수 있고, 시동생들한테 나눠줄 필요는 없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 중에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하면 시동생들과 절반씩 나누게 되는 거고,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면 선생님이 전체를 다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시동생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남편 명의 재산을 시동생한테 나눠줄 것인가에 대한 칼자루는 사실 선생님이 쥐고 있는 거예요. 이제 좀 안심이 되시죠? 

다만 꼭 기억하셔야 할 것이 둘 다 선생님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겁니다. 빨리 결정하셔서 법적인 절차를 시작하세요. 괘씸한 시동생들 때문에 분노하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겠죠?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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