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라고 예물을 거둬간 시어머니

[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조혜정 변호사 2016.09.13 15:07

/사진제공=뉴시스


Q) 결혼식 올린 지 두 달 됐는데, 시어머니가 저를 몰아내려고 하고 남편도 이런 시어머니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요.

문제는 신혼여행 때부터 시작됐어요. 신혼여행 중에 남편이 계속 누군가와 카톡을 하는데 알고 보니 저와 결혼하기 전에 동거했던 여자더라고요. 저는 몰랐던 사실이라 무척 놀랐지요. 남편이 그 여자한테 보낸 카톡을 보니 아직까지 그 여자를 못 잊고 있는 거였어요. 그럴 거면 도대체 왜 저와 결혼을 했는지 기가 막혔고, 신혼여행 때부터 자주 다투게 됐지요. 남편과 사이가 안 좋으니까 자연히 시댁에 한 달 정도 연락을 안 했고요.

그러자 시어머니가 ‘며느리 자격이 없으니 당장 나가라’고 하면서 남편한테 당장 저와 헤어지지 않으면 연을 끊겠다고 한 거예요. 어머니가 이렇게 나오니까 남편까지 ‘어머니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끝이다’라면서 저한테 집을 나가라고 하더니 현관 비밀번호를 바꿔버리더라고요. 시어머니는 한 술 더 떠서 제가 며칠 친정에 가 있겠다고 한 사이에 집에 들어와 제가 장롱 안에 넣어두었던 혼인예물까지 가져가 버린 거예요. 제가 신혼집 아파트의 CCTV를 봤더니 시어머니가 집에 들어가서 뭔가 들고나가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예물가격은 3천만원 정도 되는데 그 예물을 그냥 저한테 주자니 아까와서 가져간 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서 친정으로 돌아왔는데 제 잘못은 하나도 없이 쫓겨나서 너무나 분하네요. 저를 일방적으로 쫓아낸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해서 제가 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지금도 제가 이런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요. 신혼여행 때부터 싸워서 아직 혼인신고는 안 했어요.

A) 그냥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네요. 그대로 끝내기엔 너무 억울하시다면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답니다. 조치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민사적인 손해배상청구이고, 다른 하나는 형사고소예요.

먼저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 보지요. 결혼식을 올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파탄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위자료와 결혼식비용을 물어줘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니까, 선생님은 시어머니와 남편에 혼인을 파탄시킨 데 대한 위자료와 결혼식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는 많이들 하는 거지요.

선생님 사건에서는 한 가지를 더 할 수 있는데, 바로 혼인예물을 가져간 시어머니를 절도죄로 형사고소하는 문제예요. 시어머니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결혼이 깨졌으니까 예물은 자기들 소유라고 생각하고 가져간 거 같은데, 법원의 생각은 달라요. 법원이 보기에 그 예물은 선생님 소유거든요.

원래 혼인예물을 준 후 혼인이 성립하지 않게 되면 예물을 준 쪽은 받은 쪽에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게 원칙이예요. 하지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예물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게 우리 법원의 입장이거든요. 선생님의 사례에서 예물을 준 시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선생님에게 이혼하라면서 내쫓았으니 예물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는 거고, 결과적으로 예물은 선생님 소유가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선생님 몰래 예물을 가져간 건 절도죄가 된답니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호주, 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절도죄의 경우에는 형을 면제한다는 소위 ‘친족상도례’규정을 두고 있으니까 시어머니가 혹시 여기에 해당되는지를 봐야 해요. 친족상도례 규정은 법률상의 관계를 기준으로 적용되는데,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까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일은 없네요.

손해배상받고 형사고소도 하면 분이 좀 풀리실까요? 제 생각으로는 바로 법적인 조치를 하지 말고 먼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이런 내용을 적어서 내용증명을 보내고 손해배상을 요구해보면 어떨까 해요. 선생님 요구대로 손해배상을 해주면 굳이 소송이나 고소하지 말고 상황을 마무리하시는 걸로. 만약, 내용증명을 받고도 나몰라라 하면 그 때 가서 법적인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겠죠. 유쾌하지 못한 일은 빨리 마무리하고 잊어버리는 게 최선이거든요. 얼른 털어버리고 새출발하실 수 있길 빌어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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