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절박함 노린 사기 기승…조심할 점은?

이경은 기자 2016.09.15 06:20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5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추석에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책상 앞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취업준비생들이다. 연휴 기간을 이용해 서울에 올라와 취업특강을 듣기도 하고 도서관, 카페 등에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거나 자격증·인적성 등 각종 시험공부를 하기에 바쁘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가을의 속도만큼이나 이들의 절박함도 점점 커진다.

그런데 취업준비생들의 이런 절박함을 노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준비생 759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6.2%가 '취업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인 셈이다. 이들은 평균 2.1번 취업사기를 당했고, 금전 피해액은 평균 69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피해액 242만원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사기 피해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 LG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황모씨(29)는 취업준비생들에게서 취업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기로 A씨와 공모했다. 이들은 구직 사이트에서 취업준비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대기업 공기업 무조건 입사'라는 이메일을 보낸 뒤 이에 관심을 가지고 연락한 취업준비생들을 만났다. 황씨는 자신의 재직증명성와 사원증을 보여주며 "나도 기부입사를 통해 LG전자에 입사했다. 연봉의 120%를 주면 면접 후 취업을 시켜준다"고 거짓말하고 4명에게서 총 1억5920만원을 받아냈다. 법원은 "취업이 절실한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범죄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돈으로 취업을 하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범죄 피해를 당하게 된 점은 황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 김모씨(65)는 취업준비생 아들을 둔 황모씨와 정모씨를 만나 "내가 정당의 고위직에 있어 주변 인사들에게 부탁해 많은 사람을 취직시킨 경험이 있다. 채용심사에 필요한 비용과 식사 접대비, 서류 비용을 주면 주위 사람들에게 청탁해 당신 아들을 공기업에 취직시켜주겠다"고 거짓말하고 29회에 걸쳐 총 3731만원을 받아냈다. 김씨는 심지어 장애인 아들을 둔 나모씨에게도 접근해 "경비를 주면 당신 아들의 장애등급을 이용해 지식경제부 7급 공무원 특채로 뽑아주겠다"고 거짓말하고 1350만원을 받아냈다. 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의 상당 부분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년실업률은 9.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늘었다. 8월 기준으로는 1999년 8월(10.7%) 이후 최고치다. 청년들의 취업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취업 사기는 나날이 진화하는 모양새다. 위 사례들에서 소개된 것과 같이 취업 알선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 외에 △투자 및 대출 요구 △통장·현금카드 등 요구 △채용 전 상세한 개인정보 요구 등 사기의 유형도 다양하다. 이밖에 △기업 측에서 연봉 등 고용조건을 과장하는 경우 △채용할 것처럼 속이고 채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취업사기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원 관계자는 "취업사기도 일반적인 사기죄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피해금액의 규모, 피해변제 여부 등이 양형요소로 작용한다"며 "취업 사기의 경우 구직 기회 상실, 정신적 고통 등 돈으로 변제할 수 없는 피해가 큰 만큼 이를 양형기준의 가중요소로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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