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감방'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정읍교소도 1박2일 체험기…"교도소는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 아닙니다"

박보희 기자 2016.10.27 23:04
사진=법무부

양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호송줄이 손목과 몸을 둘러 묶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추러들었다. 혹시나 수갑이 풀릴까 싶어 손목을 비틀어 봤지만, 수갑은 더 세계 손목을 조였다. 호송버스에 올라타고, 버스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법무부는 제71회 교정의 날(10월 28일)을 맞아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기자들을 대상으로 '수용생활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체험이 예정된 곳은 정읍교도소. 지난해 10월 문을 연 정읍교도소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교도소 중 하나다. 이곳에는 약 500여명의 수형자가 살고 있고, 15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5일 입소를 앞두고, 낯선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고작 이틀뿐인 교도소 생활이지만, 심난하고 깝깝한 심정을 만들었다. 내 손으로 신청해 내 발로 들어가는 마음은 이런데,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가는 이들, 교도소 안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이들은 교도소를 향하는 차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입소

정읍역에서 법무부 호송버스를 타고 10여분 남짓 한갓진 길을 달리자 우거진 나무 숲 사이로 주황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교도소가 보였다. 호송버스는 운전석과 수형자석이 나눠져 있다. 문은 저절로 잠겨서 수형자가 문을 열고 나갈 수 없다. 문 위에는 감시카메라가 달려있어, 운전석에서 뒷자리 수형자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가끔 호송버스 안에서 수갑을 푸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사진=박보희 기자

입소절차는 신분 확인으로 시작했다. 바깥세상에서 가져온 물품은 모두 영치시킨다. 돈은 영치금이 되고, 옷과 소지품은 영치품이 된다. 돈은 교도소 안에 있는 동안 가상계좌 등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지만, 속옷을 포함한 모든 물품은 밖으로 나가는 날에야 되찾을 수 있다. 어떤 외부 물품도 반입할 수 없다.

신체검사를 통해 건강상태도 확인한다. 혹시 담배나 마약을 숨기지는 않았는지 항문까지 검사한다. 예전에는 검사관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지만, 지금은 인권 등을 고려해 카메라가 달린 기계 위에 바지와 속옷을 벗고 앉도록 해 모니터로 확인한다. 교도관은 "마약사범같은 경우 항문에 숨겨오는 경우가 실제 있다"며 "의심이 들면 쪼그려뛰기를 시키거나 기계로 검사를 하는데 적발이 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법무부


휴대폰과 노트북, 가방과 옷 등을 영치시켰다. 스무살 이후 하루 이상 휴대폰과 인터넷에서 떨어져 지낸 날은 손에 꼽는다. 무엇보다 외부와 연락이 일방적으로 차단된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졌다. 교도관은 "실제 신입 수형자들 역시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수감복으로 갈아입고 난 뒤 손에 쥔 것은 교도소에서 받은 칫솔과 치약, 비누 하나. 가슴에는 '여상9'라는 명찰과 '7011'이라는 수형번호가 붙었다. 지금부터는 나는 '7011번'이다.



여자 사동 상층 9번방에 배정을 받았다. 5명이 생활하도록 만들어진 9번 방은 가로 네 걸음, 세로 여섯 걸음 정도의 크기다. 6명이 누우면 꽉찰 크기의 방은 과거에는 '감방'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거실'이라고 불린다. 낮에는 작업장이 되기도 하고, 식사 시간에는 식당이, 밤에는 침실이 되는 공간이다. 하루 30분 남짓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수형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낸다. 

사진=법무부

방 문은 '주임' 또는 '부장'이라 불리는 교도관의 카드가 있어야만 열 수 있다. 당연히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다. 방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을 갖추고 있다. 작은 창문과 개인 물품을 수납할 수 있는 선반, 청소도구, 휴지통, 인원에 맞는 식기류, 교화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TV 정도다. 

작은 창 밖으로 작은 운동장과 담장이 보였다. 교도소는 철조망과 콘크리트담에 3중으로 둘러싸여 있다. 담장 위에 달린 감시카메라가 24시간 작동중이고 무엇이든 담에 닿으면 경보가 울린다. 교도관은 "밤에 들짐승들이 철조망을 치고 가 경보가 울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진=법무부
화장실 문은 허리 높이 윗 부분부터 투명한 유리로 돼있다. 화장실 안에서 거실이, 거실에서 화장실 안이 보인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항상 교도관 시선이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볼 일을 보려면 밖에 있는 동료 수형자를 바라보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결국에는 적응을 해야만 한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벽에는 달력과 '수용자생활안내문'이 붙어있다. 수용생활의 기본사항과 우편발송 방법과 접견 방법, 가혹행위 신고 방법, 규율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안내문은 '수용생활의 기본 사항'중 하나로 '생명의 고귀함과 숭고함 인식'을 안내했다.

"여러분 모두는 인간으로서 소중한 존엄성을 갖고 태어난 존재이므로 생명의 고귀함을 인식하고 수용생활이 어렵고 힘든 기간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올바른 삶을 설계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갈 것을 당부드립니다"



정읍교도소 수형자들은 거실에서 밥을 먹는다. 밥 시간이 되면 배식을 담당한 사동과 교도관이 밥과 반찬통을 끌고 방마다 배식을 다닌다. 창문 철창 구멍으로 플라스틱 통을 건네면 밥과 국, 3가지 반찬을 담아주는 식이다. 이날 저녁 메뉴로는 애호박계란국과 갈치무조림, 오이도라지무침, 배추김치가 나왔다. 식수로 식사 시간마다 각 방에는 뜨거운 물이 배달된다.

영치금으로 반찬이나 과자 등 식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고추장 1550원, 맛김 250원, 간장 1500원 정도다. 방 배정을 받고 교도소 측은 특별히 물품 구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줬다. 교도소 내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훈제닭'을 받았다.

사동은 배달온 훈제닭을 보고 "뜨거운 물을 통에 담아 훈제닭을 넣어 데워 먹으면 된다"고 먹는 방법을 전수해줬다. 전수받은 대로 밥 먹는 동안 훈제닭을 뜨거운 물에 담궈놨다가 먹었다. 인기 메뉴가 될만 했다.



수형자들도 일을 해야 한다. 이날 9번방에 배정된 작업은 쇼핑백 만들기. 수형자들이 만들어놓은 쇼핑백에 줄을 끼우는 작업이었다. 작업을 지시한 교도관은 "불량이 나오면 위탁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7008번과 7009번, 7011번은 거실에 책상을 펴놓고 앉아 혹시나 매듭이 풀릴까 단단하게 매듭을 만들어 쇼핑백 구멍에 줄을 끼우고 또 매듭을 묶었다. 통닭집에 납품 될 쇼핑백이다. 가족과 함께 먹을, 친구와 함께 먹을 통닭을 사서 이 봉투에 담아들고 갈 누군가는 이 봉투가 어디서 왔는지 알까.

교도소 측은 작업의 특수성, 숙련도 등을 고려해 수형자들에게 일거리를 나눠준다. 정읍교도소는 작업장별로 쇼핑백, 기능성 이불, 자동차부품조립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예를들어 긴 끈을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 자살 성향이 있는 수형자가 몰래 끈을 숨겼다가 자살을 할 수도 있고, 공격성향이 있는 수형자가 남을 위해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이런저런 점들을 고려해 작업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측 설명에 따르면 정읍교도소에 사는 수형자들은 하루에 최소 5100원어치의 일을 해야 한다. 다만 수형자가 5100원어치 일을 하면 이중 1600원은 수형자에게 돌아간다. 일종의 '당근'이다. 일을 열심히 하도록 장려하고, 사회에 돌아갈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혼자서 일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교도관은 "주로 같은 방을 쓰는 수형자들끼리 일을 분담해서 하는데, 예를들어 쇼핑백을 만들어도 한명은 접고, 다른 사람은 붙이는 식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작업을 통해 함께 일하고, 더불어 생활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두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범죄자나 정신이상자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작업 중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도관들은 실제로 최근 정신이상 범죄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수용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진=법무부



각 거실에는 '구입가능 물품 목록'이 비치돼있다. 교도소에서도 생활용품과 의약품, 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은 영치금으로 가상 계좌 등을 만들어 보관하는데, 물품을 신청하면 가상계좌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실제 돈을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물품은 정기적으로 제공된다. 교도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치약과 세면비누, 화장지 등을 제공한다. 칫솔과 세탁비누, 수건 등은 두 달에 한번 제공하는게 원칙이다. 이밖에 용품은 물론 자비로 사야 한다. 샴푸로 머리를 감으려면 삼푸(1250원)를 사야 하고 로션(6590원)이 필요하다면 역시 따로 사야 한다. 

거실에는 시계가 없다. 물론 돈이 있으면 1만8440원에 시계를 살 수 있다. 구입 물품 중 가장 비싼 것은 피부 색소 침착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크림(5만9612원)이다. 그 다음으로 비싼 것은 4만2430원짜리 침낭이다. 

의류나 신발, 속옷 등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일반품과 고급품으로 나눠져있다. 일반 런닝이 2840원인데 고급품은 1만4450원으로 일반형보다 5배 정도 비싸다. 고급 운동화는 3만5150원, 일반 운동화는 1만5900원, 고급 팬티는 7080원 일반 팬티는 2360원 등이다.

교도소 안에도 '빈익빈 부익부'는 존재한다. 법무부는 나름대로 교도소 내 '빈익빈 부익부'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식품 1회 구입 한도는 4만원'으로 정해두고 있다. 물품 주문은 일주일에 두번, 월요일과 목요일에 할 수 있으니 일주일에 최대 8만원 어치의 식품을 살 수 있는 셈이다.

만남

"잘 들려요?"

전화기에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자, 전화기 화면에 상대방의 얼굴이 나타났다. '스마트 접견'이다.

그동안 수형자가 외부인을 만나는 방법은 누군가 직접 찾아와 면회를 신청하거나, PC를 이용해 인터넷 접견을 하는 방법 뿐이었지만, 지난 2월부터 '스마트접견'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스마트접견' 어플을 설치하면, 교도소 내에서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방법. 교도소 측은 언제 어디서나 화상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형자와 가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마트접견을 하기 위해서는 '전화 카드'를 사야 한다. 역시 돈이 필요하다. 

사진=법무부



일과가 끝나고 거실로 돌아왔다. 4시 반이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고 '폐방'을 한다. 다음날 아침 운동이나 작업을 가기 전까지 방에서 나올 일은 없다는 의미다.

수형자들은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이불을 펼 수 없고, 누울 수도 없다. 앉아 있어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얼마나 흘렀을까 TV가 켜졌다. 이곳에서는 아침과 저녁 정해진 시간에만 TV가 나온다. 보라미 방송이라고 불리는 교도소 내 채널만 볼 수 있다.

TV에서는 7시 뉴스와 무한도전, 드라마 질투의 화신 재방송이 흘러나왔다. 채널 담당자가 고심 끝에 고른 방송이리라. 무한도전도, 드라마도 앉아서 봐야 한다. 누워서 TV를 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던가. 이곳에서는 그런 '자유'와 '행복'은 없다. 여기는 교도소다.

"워 야오 산 하오 한바오바오 타오 칸"

TV에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3번 햄버거 세트메뉴 주세요"라는 뜻이란다. 화면 속 중국어 선생님은 중국 여행을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쓸 수 있는 중국어들을 알려줬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옆방 수형자들은 언젠가 떠날 중국 여행을 꿈꾸며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을까. 여행 중국어가 '희망'이자 '고문'으로 느껴졌다.

TV도 나오지 않는 여가시간, 수형자들은 구비된 책을 빌려 볼 수도 있다. 구입 가능 물품 중 여가와 관련된 것은 6620원짜리 장기·바둑세트가 유일했다. 도박이 될 수 있는 화투와 윳놀이 등은 교도소 안에서 금지 종목이다.

사진=법무부


오후 9시.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잠잘 시간이 됐으니 이부자리를 펴도 된다는 뜻이다. 이불을 깔고 담요를 정리하고 있으니 천장 등의 밝기가 반쯤 어두워졌다. 야간 교도관이 방을 찾아 수형번호대로 잠자리 순서를 정해주며 "방 안에서 수형자들이 잘 자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등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줬다.

수형자들은 잠자리가 정해져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용자 생활 안내에는 들어온지 오래된 순서대로 화장실에서 먼 안쪽 자리부터 배정이 된다고 씌여있었다.

밝은 불빛에 낯선 잠자리. 들짐승이 철조망을 스치고 지나갔는지 종종 경고 소리가 들렸고, 창문 철창 밖 '주임님'이 틈틈이 수형자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지나가는 사이 밤이 깊어갔다.

뒤척이며 잠에 들었다 깼다는 반복하는 중에 옆방에서 씻는 소리와 자리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분쯤 지났을까 기상 음악이 들렸다. 오전 6시 반 일어날 시간이다. 출소 날 아침이 밝았다. 

출소

고작 하루 자고 나올 뿐인데 하루의 무게는 꽤 묵직했다. 몇년 또는 기약없는 날을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하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착하게' 살 일이다. 그리고 '억울'한 이는 없어야 한다. 교도소는 결코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 아니다.

교도소의 시작과 끝은 '확인'에서 시작해 '확인'으로 끝났다. 본인 확인을 마치고 영치시켰던 물건을 찾았다. 사복으로 갈아입는 것 만으로도 어깨가 펴지고 긴장이 풀렸다. '교도관님'을 보고도 웃을 수 있게 됐다. 출소확인증을 받고, 밖으로 나가는 문 앞에서 한 번 더 본인 확인을 했다.

문이 열렸다. 밝은 빛이 쏟아져내려 나도 모르게 눈을 가렸다.

사진=박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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