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겼는데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과당매매'는 불법

11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6.11.21 10:47

A증권회사 지점장인 B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투자자 C에게 "투자는 누구보다 내가 자신 있으니 우리 증권회사에게 1억 원 이상만 맡겨 놓으면 내가 돈을 잘 굴려서 6개월 이내에 300~500%의 수익을 내 주겠다"고 제안하였고, 이와 같은 솔깃한 제안에 C는 1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당시 C는 A증권회사로 하여금 신용거래도 가능하도록 허용하였는데, 이는 고객이 매수대금 중 일부만을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은 증권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증권회사가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의 담보금이 유지되지 않으면 계좌 내 현금 및 주식의 처분이 제한되고, 최소유지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회사가 임의로 주식을 처분(소위 ‘반대매매’)할 수도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C가 A증권회사에 맡긴 1억 원은 1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자신의 계좌에서 빈번하게 매수매도가 이루어진 사실을 발견한 C는 A증권회사가 거래수수료를 더 많이 챙기기 위해 무리하게 거래를 하는 바람에 자신이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여 A증권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무리한 회전매매로 고객에 손해…과당매매는 '불법'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과당매매를 문제 삼는 케이스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 법원은 과당매매인지 여부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바 있다. 

증권 회사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한 것인지의 여부는 ①고객 계좌에 대한 증권회사의 지배 여부, ② 주식매매의 동기 및 경위, ③거래기간과 매매횟수 및 양자의 비율, ④ 매입주식의 평균적 보유기간, ⑤ 수수료 등 비용을 공제한 후의 이익 여부, ⑥운용액 및 운용기간에 비추어 본 수수료액의 과다 여부, ⑦ 손해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 ⑧ 단기매매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주식매매의 반복이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는 A증권회사가 과당매매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이유는 첫째 가장 빈번하게 거래를 한 기간에서 비교적 적은 손실이 발생한 반면 거래가 적게 이루어진 기간에서 훨씬 큰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있으며, 둘째 특정기간의 경우 거래가 적게 이루어졌는데 매우 큰 이익을 보기도 하였고, 셋째 몇 개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간에서 예탁자산 대비 거래수수료 비율이 1~3%에 해당하여 그리 과다하고 보여지지는 않으며, 넷째 증권회사가 매수(또는 매도)하였다가 단기간 내에 매도(또는 매수)하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상당 기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적도 많았던 점 등에 비추어 증권회사가 거래수수료를 취하기 위하여 C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C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1억 원 이상만 맡겨 놓으면 6개월 이내에 300~500%의 수익을 내 주겠다"고 말한 것은 부당권유행위로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C가 입은 손해액 중 20%를 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일임매매계약에서 과당매매로 인한 '손실 50% 배상' 판결도

이에 반하여 증권회사와의 일임매매계약을 체결한 투자자가 과당매매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액의 50%를 증권회사가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이 투자자는 2010년 말경 3억 원을 맡겼는데, 2014년 말에는 이 돈이 1600만 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 판례는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당일매매로 24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수수료 및 제세금 1600만 원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은 800여만원에 불과하고, 월 평균 매매회전율이 1000%가 넘는 기간도 2011년 6개월, 2012년 4개월, 2013년 2개월에 달하였다. 이와 같은 반복적인 주식 매매는 주식거래의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없는 과당매매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은 과당매매 사례들을 보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수익을 안겨주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고심하는 많은 PB들과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허탈감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과당매매 사례들이 아직 많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투자자들도 투자를 권하는 증권회사 직원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고 그들을 신뢰할 때 서로가 상생 · 발전할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