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동동法] 의료과실 고통받은 반려동물, 위자료 받을수 있나

<4>주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위자료 가능, 하지만 동물이 위자료 수령주체는 될 수 없어

황국상 기자 2016.12.02 18:3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사람이 의료상의 과실로 손해를 입었다면 가해자는 그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지출한 비용과 향후 소요될 비용에 더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내야 한다. 그렇다면 동물병원에 맡긴 반려동물이 잘못된 진단과 치료로 고통을 받았다면 그 주인은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실제 동물병원의 의료과실이 발생했을 때 반려동물의 주인에게 위자료를 물어주라는 판결이 있었다. 

A씨가 키우던 반려견 '쫑이'(가명)는 2001년생인 암컷 페키니즈로 빈뇨(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와 혈뇨(피오줌), 배뇨곤란, 다음(과다한 물섭취), 다뇨 등의 증상을 앓고 있었다. A씨는 2008년 5월 한 한방동물병원에 쫑이를 데려갔다.

처음 방문한 병원의 병원장인 B씨는 쫑이의 증상을 '하초습열'(방광에 열이 찬 상태)로 진단하고 보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쫑이는 혈뇨를 멈추지 않았다. B씨는 A씨에게 해당보약의 투약량을 늘려보라는 등의 조언을 건넸고 쫑이에게 특별한 염증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진단했다. B씨는 재차 A씨와 병원을 찾은 쫑이에게 별도의 진료 없이 같은 보약을 처방했다.

약을 먹였어도 한 달 가까이 증상이 진행되는 걸 지켜본 A씨는 쫑이를 C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C병원은 B씨와 달리 쫑이의 증상을 방광염과 방광결석으로 진단했다. 또 두 달 가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쫑이의 방광염이 만성화됐다고 평가했다. 쫑이의 치료는 2011년 7월까지 3년 가까이 진행됐다.

이후 A씨와 B씨 사이에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포함한 오랜 싸움이 진행됐다. A씨는 B씨가 오진(誤診)을 내렸다고 항의하며 진료비 환불을 요구했고 또 B씨를 비방할 목적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항의를 받은 후 쫑이의 진료기록부에 기재한 증상을 '방광결석'으로 적고 처방한 약도 실제 처방한 보약이 아닌 다른 약이었다고 위조했다. B씨는 또 A씨에 대한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에 출두해 진료기록부 위조와 관련해 위증을 하기도 했다. B씨는 별도의 소송에서 위증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해 2심까지 진행된 손해배상소송은 A씨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A씨는 이미 지출한 쫑이의 병원비와 향후 소요될 치료비, 그리고 본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총 1120만원의 손해배상을 B씨에게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미 지출했고 향후 지출해야 할 병원비 662만여원 중 B병원의 책임을 80% 인정해 529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별도로 재판부는 A씨가 쫑이의 아픔으로 인해 겪어야 할 정신적 피해에 대해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불할 것을 B씨에게 명했다. B씨의 위증으로 A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별도로 100만원의 위자료가 책정됐다.

하지만 위자료 수령주체는 어디까지나 A씨였을 뿐 반려견 쫑이는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물이 여타 물건과 달리 살아있는 생물인 데다 스스로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현행 법 체계상 권리의 '객체'가 될 수 있을 뿐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위 A씨와 B씨 사이의 분쟁을 마무리지은 판결은 2011년에 있었지만 그로부터 2년 후 동물이 스스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2013년 대법원은 "동물보호법의 입법취지나 그 규정 내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민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동물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없다"며 "애완견 등 이른바 반려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동물 자체가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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