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기춘·조윤선' 동시소환…증거 확보했나

박보희 기자 2017.01.17 11:18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계 지원배제 명단)' 수사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블랙리스트의 윗선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동시에 불러냈다. 특검의 거침없는 행보는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이들의 구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검팀은 17일 오전 9시30분 조 장관을, 10시 김 전 실장을 동시에 소환했다. 당초 조 장관을 조사한 뒤 김 전 실장을 부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동시 소환으로 급선회했다. 수사팀의 필요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지만, 근저에는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장석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질 조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은 조 장관이 버린 하드디스트를 확보해 분석했다. 실제 확보한 하드디스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알고 있었고, 작성·관리에 개입했다는 물증까지 확보했다는 의미다.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블랙리스트 관련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갑자기 집무실 하드디스트를 교체했다. 이후 문체부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교체를 지시했다. 증거인멸을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 바 있다.

블랙리스트를 기획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부정적이었던 문체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한 정황까지 나왔다. 실제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이 사표를 제출해, 3명이 공직을 떠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지난달 특검의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집 밖으로 박스를 빼돌리는 장면이 특검 수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특검은 지난달 21일 현판을 내건 뒤 블랙리스트 수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정신을 침해한 중대 범죄로 규정했고, 박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관여 여부와 정도에 따라 탄핵의 사유도 될 수 있다고 본 탓이다. 아울러 현 정부의 핵심 인물들이 최씨의 각종 이권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공무원 인사까지 전횡한 정황을 입증할 수 있다고 봤다.

특검은 이 문건이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했고, 이후 문제부가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 장관이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역시 언론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 작성 주체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지목한 바 있다.

특검은 이미 핵심 관계자들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를 확인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3명이 이미 직권남용 구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이 이처럼 상당한 진술과 증거를 수집한 만큼 조사 후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이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해 위증고발까지 당한데다, 증거인멸 시도를 한 정황까지 고려하면 구속 수사를 불가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조사 후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에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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