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생활법률] '민사'와 '형사'소송, 동시에 진행될 수 있나요?

민사와 형사는 별개…'따로' 또는 '같이' 제기될 수 있어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3.14 08:45

# A씨는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B씨로부터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했다. A씨와 B씨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거래를 약속한 뒤, A씨가 먼저 B씨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 며칠 뒤 A씨는 B씨로부터 택배를 받았고, 노트북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한 A씨는 크게 분노했다. 박스 안에는 노트북과 비슷한 크기의 나무 판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A씨는 경찰서로 찾아가 B씨를 고소했고, 결국 B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민사소송은 일반 개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법상의 권리나 법률관계에 대한 다툼을 법원이 국가의 재판권을 이용해 법률적으로 강제성 있게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말한다.

 

반면, 형사소송은 범죄를 인정하고 형벌을 과하는 법원의 절차로, 일반 사인(私人)들이 당사자가 되는 민사소송과 달리 검사의 기소를 피고인 측이 다투며 대립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처럼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절차다. 양자는 각각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에 따라 진행되는 별개의 절차인 것이다.

 

민사와 형사가 분리돼 있다 보니, 가해자가 형사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물론 피해자가 가해자를 형사 고소하게 되면, 합의를 통해 피해의 일부를 회복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합의에 실패하거나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 피해자가 입은 피해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당장 자기가 입은 피해가 배상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이용될 수 있는 방법이 민사소송이다. 피해자는 고소를 통한 형사 절차의 진행과는 별도로 법원에 민사소송으로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고소함과 동시에, 그와는 별도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민사소송에서 형사소송과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B씨에 대해 사기죄 유죄를 선고해 확정됐는데, 민사소송에서 B씨에 대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대법원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민사재판에 있어서도 유력한 증거가 된다"면서도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과는 다른 사실을 인정했다고 해도 위법하다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다67079 판결)

 

그 결과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면 B씨가 형사 재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아 처벌받게 되더라도, 민사 재판에서는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 A씨가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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