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생활법률]빌린 돈 안 갚으면 무조건 사기죄?

갚을 의사와 능력 없었는데 돈 빌린 경우 사기죄 성립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4.11 15:22


#친한 친구에게 갑작스러운 메시지를 받은 A씨. 내용은 이러했다.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카드값이 부족하다며 500만원을 빌려주면 다음 달에 주겠다는 것이다. 결혼식 때도 오고 가는 등 친한 친구라 믿고 돈을 빌려준 A씨. 그러나 사건은 그 이후에 발생했다.

다음 달, 그 다음 달이 지나도 친구는 돈을 갚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없이 기다리던 A씨도 이제 더 기다리지 못하고 친구에게 돈을 갚으라며 독촉했다. 그러나 친구는 사업이 잘 안 되고 있어서 돈을 못 주는 것이지 일부러 돈을 주지 않는 게 아니라며 오히려 소리를 질렀다. A씨는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하려고 하는데, 친구는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을까.


친구의 사정에 따라 사기죄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돈을 빌려주고 못 갚는 경우에 무조건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돈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시작해야 하지만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큰 돈이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게 된다.

민사 소송이 아닌 형사 소송, 즉 사기죄로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을 잡아 넣을 수 있다면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돈을 갚지 않는 사례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하기는 힘들다.

사기죄란 타인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를 이유로 타인이 어떤 행위를 하도록 만들어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는 경우 이 죄를 적용하려면 어떻게 돼야 할까.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 판례는 사기죄에 관해 “차용금(빌린 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돈을 빌렸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95도3034 판결)

즉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즉 돈을 안 갚을 것인데 갚을 것처럼 속여서 돈을 빌렸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마음으로 빌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A씨의 친구도 돈을 빌린 후 갚으려고 했지만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못 갚은 것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에 대해 A씨와 수사기관은 돈을 갚지 않는 친구의 상황을 최대한 조사해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면 빌린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문제는 별개다. 사기죄 적용 유무와 상관없이 빌린 돈은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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