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1000만주 처분 공정위 결정, 번복된 이유는?

한정수 기자 2017.05.24 20:3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가 500만주 처분으로 방침을 바꾸게 된 과정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한 혜택을 받을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기업집단과 사무관 A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경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0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합병 후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지분 각 500만주씩을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은 보고서로 작성됐고 김학현 당시 부위원장과 정재찬 위원장에게 보고가 돼 결재가 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히 해당 보고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삼성 측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이후 공정위는 같은해 11월 해당 결과를 삼성 측에 공식 통보하고 언론에도 이를 공개하려 했다. 그러데 돌연 삼성전자 상무 B씨 등이 찾아와 "공정위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구체적 해소 계획을 세울테니 공식 통보를 2주만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재차 "통보 시기를 다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김종중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김학현 부위원장을 면담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통보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라고 B씨에게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무렵부터 김 부위원장은 A씨 등에게 공정위 방침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왜 삼성에 통보하려 하냐. 통보하지 말고 전원위원회 회의에 안건을 올려라"라고 지시를 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김 부위원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요청을 받고 공정위 실무진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는 같은해 12월23일 기존에 결론내린 1000만주가 아닌 500만주만 처분할 것을 삼성 측에 통보했다. 청와대의 의견과 삼성의 요구대로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 특검의 수사 결과다.

A씨는 "위원장의 결재까지 난 상황이고, 해당 기업에 구두로 통보된 사안이 번복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는 한 그런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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