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자에 좋은 학점은 관행" 주장, 배척된 이유는?

법원,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 준 이대 관계자 등 전원 유죄 판결

한정수 기자 2017.06.23 16:24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 /사진=홍봉진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에게 학점 특혜를 준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법원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법조계 일각에서 교수가 학생에게 학점과 관련한 특혜를 준 사안에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학점 부여에 대해서는 교수의 재량이 폭 넓게 인정되는 탓이다. 또 학점 특혜와 관련해 형사기소까지 이어진 선례가 적다는 점도 이 같은 예상의 근거가 됐다.

이를 감안한 듯 최씨와 최경희 전 총장(55),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 류철균 융합콘텐츠학과 교수(51) 등은 재판 과정에서 "학사관리 과정에서 정씨와 같은 체육특기자를 배려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학점 특혜를 달라고 청탁하고, 이를 들어주기 위해 교수들이 의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23일 최씨를 비롯한 사건 공모자 전원에게 유죄 판단을 내렸다. 최씨 등 사건 관계자들이 학생들의 성적과 교과이수, 학점인정 등에 관한 정보를 기초로 수료·졸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학교 교무처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체육특기자 배려 관행'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가 재학 중이던 2015년과 지난해의 학점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정씨의 2015학년 1학기와 2016학년 1학기의 수업참여도, 교과 목표 달성, 학업 성취도 등에 특별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2015학년 1학기에 수강신청한 교과목의 담당 교수 중 4명이 체육과학부 교수였는데도 정씨는 3학점을 취득했고, 평점은 0.11로 8개 교과목 중 7개 과목에서 F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대 내부에서 체육특기자에게 좋은 학점을 주는 등의 관행이 존재했다면 정씨가 2015학년도에도 대다수의 과목에서 F를 받은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최씨의 청탁을 받은 최 전 총장 등의 부당한 압력 행사로 정씨가 학점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최 전 총장 김 전 학장 등 이대 관계자들에 대해 "대학 교수로서 진리와 정의를 가르치고 엄정한 고등교육과 공명정대한 학사관리를 실시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도 특정 수강생에 대한 허위 출석 인정, 성적평가 등 특혜를 부여하도록 하거나 직접 이를 시행해 이대 학적관리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훼손했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특히 "교과목을 최선을 다해 수강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수강생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대학에 대한 신뢰 자체를 허물어뜨리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피고인들의 범행이 사회 전반에 가져온 파급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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