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우리가 중국에 뒤쳐진 이유

13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7.04 09:00
임종철 디자이너

지난주 한 경제지와 고려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최고위정보통신과정(ICP)이 공동 주관한 행사에 참여해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MWC Shanghai 2017, 중국의 벤처 스타트업 회사 등을 방문하였다.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었고, 그들의 열기와 도전은 필자를 포함하여 함께한 교수님들과 기업가 및 전문가들 모두에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중국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민첩하게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다가는 어느새 중국에게 한참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알리바바

이번 여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알리바바 본사 방문이었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국인 팀장으로부터 알리바바의 현황 및 신사업에 대한 전략 등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2016년 기준 알리바바를 통한 상품거래대금이 3조 위안(약 5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B2B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알리바바, 우리나라 G마켓이나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인 타오바오(Taobao), 온라인쇼핑몰 티몰(Tmall), 전자결재시스템인 알리페이(Alipay), 크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윤(Aliyun)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TV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컨텐츠를 공급하는 유쿠(YouKu)를 인수하였고, 인터넷은행인 마이뱅크(MyBank)도 설립하였으며, 우리의 카카오톡과 같은 SNS 메신저 라이왕(Laiwang)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중국인들의 인터넷과 관련한 모든 생활을 알리바바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리바바는 어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 주목하고 이들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전 세계에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회사의 주력분야 및 신사업 측면에서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는 거의 닮아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 4차 산업혁명 준비는 ?

이와 같이 ICT와 IoT 등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아직까지 세계시장에 딱히 내세울만한 인터넷 쇼핑몰이나 SNS, 핀테크 회사가 없다. 그나마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표 기업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회사들의 성공에 심취하여 인터넷과 모바일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알리바바의 인터넷은행 마이뱅크는 전자상거래 결제내역, 신용카드 연체, 통신 및 각종 요금납부 여부, 가입한 재테크 상품 등 알리바바의 여러 계열회사를 통해 모은 신용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 또는 기업의 상환능력을 자체 검토한 뒤 나름의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가 고객이 대출을 요청하면 이러한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몇 시간 내에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은산분리' 규제로 추가 증자에 실패한 케이뱅크가 대출자금부족으로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개인 신용정보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는 길을 막아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인터넷 결재 등 비대면 결재에 많은 장애물들을 배치하여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금융사도 막상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손해배상을 해 주기보다는 소비자들을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소송으로 떠밀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에 관한 현주소이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유 ·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였으며, 국민 대다수가 고성능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게다가 상품 제조에 있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많은 ICT 기업들이 내놓은 혁신들도 알고 보면 과거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 서비스들을 온라인과 연계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인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또한 이 분야에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게다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CT, IoT 관련 사업의 경우 큰 자본이 필요하지도 않고, 국경의 장벽도 없다.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니즈를 찾아내고 이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이와 같은 훌륭한 서비스의 존재를 알리는 마케팅에 주력한다면 조금은 뒤처진 4차 산업혁명의 경쟁에서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야 한다. 먼저 이들 벤처 창업가들에게 초기 창업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들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며, 불필요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

참관 기간 중 저녁식사에서 나온 건배사가 기억에 남는다. "중국을 알고 중국 위에 올라타자!"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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