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리포트] 사내하청 근로자들, 정규직 전환될까?

사내하청 근로자에 직접 지시하면 '불법'···대법원 원심 확정 땐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전환

황국상 기자,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07.16 05:01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현대·기아차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근로자 1941명은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냈다. 형식상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돼 있지만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직원처럼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했던 만큼 현대·기아차의 정규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이들은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제 대법원 판결만 남았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3분의 2가 소송을 포기해 649명만 남았다. 만약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 이들은 현대·기아차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들 뿐 아니라 전국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운명이 대법원의 판단에 달려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민사1·2부에 현대차(1·2부)와 기아차(1부)의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사건을 각각 배당하고, 주심 대법관을 중심으로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약 한달 남은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나면 재판준비 절차가 시작된다. 김태욱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현재 현대차 164명, 기아차 485명의 원고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들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같은 결론이었다. 1·2심에서의 쟁점은 '불법파견' 인정 여부였다. 현행 법상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근로자 파견은 불법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파견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은 32개로 제한돼 있는데, 여기에 제조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불법파견이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래서 제조업체들이 주로 쓰는 편법이 도급계약으로 위장한 사내하청이다. 제조업체가 사내하청업체에 도급을 주는 것처럼 계약을 맺은 후 공장에서 사내하청 근로자를 원청업체가 직접 지휘 감독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청업체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지휘 감독하는 건 사실상 파견에 해당하게 돼 불법이다. 

2심은 제조업에서 이 같은 불법 파견의 기준으로 △원청이 상당한 업무 지휘·명령을 하는지 △사내하청 근로자가 실질 생산공정에 투입되는지 △원청이 사내하청 근로조건 등에 대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는지 △원청 업무와 하청 업무가 구분되는지 △사내하청의 근로조건 등에 권한을 행사했는지 △사내하청 근로자가 원청 근로자들과 혼재돼 일했는지 여부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현대·기아차가 사내하청 근로자에 업무를 직접 배분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내렸다고 봤다. 또 정규직과 사내하청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은 채 업무를 분담했고,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혼재돼 일했으며 원청 근로자만 할 수 있는 공정과 사내하청 근로자만 할 수 있는 공정이 구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생산을 위한 직접공정 뿐 아니라 간접공정에 사내하청 근로자를 투입하는 것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새로운 법리가 개발되거나 다른 증거가 제출되지 않는 대법원에서도 항소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기업들도 이처럼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 감독한다면 이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한 사무실에서도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칸막이'로 분리시켜 두고 사내하청 관리자를 통해서만 업무 지시를 내리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내하청 근로자들과 이메일을 직접 주고받는 것조차 지휘 감독으로 보일까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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