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재판 안 갈래!"…계속 안 나가면 어떻게 될까?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 재판 불참 땐 '강제구인' 가능…피고인 재판 출석은 '의무'이자 '권리'

박보희 기자 2017.07.15 05:01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통증 등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10일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았다./사진=뉴스1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인 재판에 연이어 나오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발가락을 다쳤는데 통증이 심해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었는데요. 재판부는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견을 담은 '상해상태 보고서'를 받아 본 뒤 "거동이 어려워 출석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며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출석 조치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재판부의 경고에 박 전 대통령은 결국 다시 법정에 나왔습니다. 14일 오후 법무부 호송 차를 타고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절뚝이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평소 굽있는 구두를 신던 박 대통령이 이날은 굽이 없는 신발을 신고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섰죠. 

사실 구속 피고인이라도 재판에 안나오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나오게 하기는 힘든 노릇 입니다. 판사는 구속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 재판에 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판사의 경고에도 피고인이 재판에 안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재판 불참 땐 '강제구인' 가능…그래도 안 오면 재판 강행

형사소송법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두고 있는데요. 법 제277조2 1항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판사는 구속된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교도관이 '인치'해 오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인치는 '구속된 사람을 일정한 장소로 연행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즉 강제로 법정에 나오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조항을 둔 이유는 피고인은 재판에 출석하도록 법이 정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76조는 '피고인이 공판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 단 피고인이 법인인 경우 대리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없이 본인이 안 오면 재판을 못여는 겁니다.

만약 출석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면 재판부에 사정을 설명해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같은 법 제271조는 공판기일에 소환 또는 통지서를 받은 자가 질병 등 사유로 출석하지 못할 때는 의사의 진단서 등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끝까지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법은 이럴 때는 피고인의 출석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다만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 2항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할 경우 출석한 검사 및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피고인 재판 출석은 '의무'이자 '권리'

재판에 안나오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데리고 나오지 않고, 그냥 두고 재판을 진행하면 안되는걸까요. 사실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지만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폴라리스의 문형찬 변호사는 "피고인의 공판 출석은 피고인의 의무이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방어권 보장 관점에서 권리이기도 하다"며 "결국 자기 자신의 변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스스로를 불리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 없이는 재판을 하지 말라고 정해둔겁니다. 실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대에는 당사자 없이 '궐석(결석)' 재판을 열고 유죄를 선고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꼭 재판에 피고인을 참석시키도록 법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죠.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궐석 재판이 진행되면, 재판을 새로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폭력 혐의 등으로 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피고인인 A씨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고가 나왔다는 이유였는데요.

당시 피고인 A씨는 소송 서류를 받지 못해서 자신이 재판에 넘겨졌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형이 부족하다며 검사가 항소를 할 때까지도 자신이 재판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2심까지 확정되고 난 뒤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공소가 제기된 것조차 몰랐다"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시 재판을 하라고 사건을 되돌려보낸 거죠.

대법원은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궐석재판이 진행돼 유죄가 확정됐다면 새로 재판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이 '피고인은 꼭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고 정해두고, 판사가 안 나오겠다는 피고인을 억지로라도 데리고 나오는 이유는 결국 피고인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고 제대로 된 진실을 밝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일 겁니다. 박 전 대통령 사건 역시 제대로 된 재판이 이뤄져서 전 국민이 궁금해하는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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