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다운계약서…계약금 벌써 줬는데, 취소되나요?"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다운계약서 작성 약속, 안 지켜도 된다"

박보희 기자 2017.06.13 04:01

내집 마련을 꿈꾸는 소진씨(가명). 내년말 완공되는 아파트 분양권을 사기 위해 부동산에 들렀습니다. 부동산에선 "요즘 양도소득세는 분양권을 사는 사람이 부담한다"며 소진씨가 양도세를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을 사는 사람더러 내라고 한거죠. 

거기다 실제 거래 가격은 웃돈과 양도세를 포함한 2억원에다가 분양가가 더해진 금액이지만, 계약서는 1억원만 더해진 것으로 작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계약서를 써야 차액인 1억원 만큼 세금을 안내도 된다며 계좌번호를 여러 개 줄테니 돈은 통장별로 나눠서 입금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가계약금을 집주인에게 보내고 집에 돌아와 알아보니 부동산이 말한 것은 말로만듣던 '다운계약서'였습니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소진씨가 부동산에 "실제 거래한 금액으로 계약서를 쓰겠다"고 하자, 부동산은 "그럼 추가될 양도세는 모두 소진씨가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계약한 2억원에 추가로 나올 양도세까지 수천만원을 더 내야 할 상황이 된 소진씨는 그렇게는 계약을 할 수 없으니 계약을 취소하고, 가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소진씨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다운계약서 걸리면…'3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가산세까지

'다운계약서'는 실제 거래 가격이 아닌 '가짜' 가격을 적어 신고하는 계약서를 말하는데요. 세금을 덜 내기위한 일종의 '꼼수'입니다. 소진씨의 경우 2억원을 신고하면 2억원의 40~50%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1억원으로 신고하면 1억원의 40~50%, 즉 절반만 내면 되죠.

다운계약서는 당연히 불법입니다.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할 경우 계약일부터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정해뒀습니다. 거짓 신고를 요구하거나, 거짓 신고를 조장·방조하거나, 거짓 신고해서는 안된다(제4조)고도 정해놨죠.

어기면 어떻게될까요. 같은 법 제28조에 따르면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 거짓 신고를 요구했을 경우, 거짓 신고를 조장·방조했을 때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게 다가 아닌데요. 거짓 신고 한 부동산 가격의 5% 이하 금액이 과태료로 산정됩니다. 다운계약서를 썼다 걸리면 금액을 적게 신고해 적게 낸 양도세와 취득세를 추가로 내야 할 뿐 아니라 가산세까지 내야합니다.

다운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았거나, 실제 다운계약이 이뤄졌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포상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자는 1000만원 한도 내에서 과태료 부과금액의 20%를 신고포상금으로 받을 수도 있는데요. 거래당사자가 다운계약 사실을 자진해서 신고하면 과태료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 부처에서 조사를 시작한 이후라도 증거를 제출하는 등 조사를 도왔다면 과태료의 50%를 감경받을 수 있습니다.

◇'양도세 매수자가 내기'…괜찮은건가요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다운계약이 힘들어지자 나타난 꼼수가 '양도세를 매수자가 내는 것'인데요. 이렇게 하면 다운계약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양도세는 분양권을 파는 사람이 내는 세금인데, 이를 분양권을 사는 사람이 내도록 해 사실상 분양권 가격을 높이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런 방식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걸까요. 전문가들은 '양 쪽이 합의한 계약'이라면 불법으로 보기 애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윤정 변호사는 "양도세의 개념상 양도인이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특별한 조건을 붙여 계약했다면 무효가 아니라는 것이 그동안 판례의 내용"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고를 했느냐' 입니다. 양도세를 대신 내주기로 개인간 합의할 수는 있지만, 이를 '받았다'고 신고하지 않으면 사실상 다운계약서를 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양도세를 대신 내주는 것까지 거래 금액으로 본다"며 "양도세만큼 웃돈을 얹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양도세는 이 모든 금액을 포함해서 부과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변호사 역시 "양도세를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증여받은 것으로 봐서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며 "만약 매매계약서에 양도세를 매수인이 부담한다고 적어놨다면 매수인 부담의 양도세도 양도가액에 포함돼서 양도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양도세를 누가 낼지는 합의해서 결정할 수 있지만, 이렇게 늘어난 금액은 모두 '웃돈'에 포함, 신고해야 하고, 그럼 총 거래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이에 비례해 양도세는 더 비싸진다는 겁니다.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일종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적발되면 과태료 처분 등을 받아야 하는거죠.

◇"다운계약서 안쓰면 계약 안해"…이미 보낸 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소진씨의 사례로 돌아가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면 이미 보낸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모든 계약은 위반하는 쪽이 책임을 집니다. 대부분 계약서에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한다'는 식의 규정이 정해져있기도 한데요.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두 계약만 이뤄진 경우 실제 계약이 이뤄진 것이냐는 논란이 일 수 있지만, 일단 계약금을 보내면서 계약은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박 변호사는 "계약서에 실제보다 낮은 금액을 기재했다고 해서 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약은 계약이니, 계약을 위반한 쪽이나 취소한 쪽이 책임을 진다는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소진씨는 계약금을 못돌려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특수한 면이 있습니다. 다운계약 자체가 불법이라는 거죠. 법원은 "다운계약서는 불법적인 것이라서 작성을 약속했어도 지킬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다운계약서 약속했어도 지킬 필요 없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이런 판결을 내렸는데요. 당시 부동산을 계약하면서 A(매도인)씨는 세금을 줄이려고 B(매수인)씨에게 다운계약을 요구했습니다. 대신 부동산 값을 깍아주기로 했죠. B씨도 동의해 계약이 이뤄졌는데요. 잔금을 치르면서 B씨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못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A씨는 '그럼 깍기 전 금액을 다 지불하라'고 했지만, B씨는 다운계약을 전제로 깍은 금액만큼만 지불했습니다. 다운계약도 못하고 제 값도 받지 못한 A씨는 부동산 명의 이전 등기를 해주지 않았죠. B씨는 A씨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매매대금반환 및 위약금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매수인(B씨)이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를 위반했지만, 이는 매매계약에서 '주된 채무'가 아니라 '부수적 채무'에 불과해서, 이를 위반해도 이전 등기를 해줘야 한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운계약서 약속을 어긴 것은 계약이 취소될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 겁니다.

이를 소진씨 사례에 적용해보면, 소진씨는 당초 '실거래금액 2억원과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소진씨가 다운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더라도 계약금을 보내면서 이미 계약은 성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2억원만 지불해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양권을 주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만약 분양권 주인이 2억원을 받고도 명의를 바꿔주지 않으면 계약위반 사항이 되는 것이고 그때 '계약 위반'을 이유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거죠.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계약이 이미 성사된 이후에는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결국 다운계약서는 불법적인 의무라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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