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프랜차이즈 업계, 치유될까?

11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 law' 이야기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7.30 05:1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맹본부가 부담해야 할 광고비를 부당하게 가맹점주에 떠넘기고,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부당한 통행세와 리베이트를 받으며 가맹점주들의 협상요구에 대해서는 교묘한 보복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심지어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 오너의 성추행 사건으로 해당 브랜드의 불매운동이 확산되어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토종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라 불리는 프랜차이즈 오너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얼마 전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내놓고 프랜차이즈 업계의 본격적인 수술에 나섰다. 가맹본부에 대한 가맹점주의 정보불균형 해소, 협상력 제고, 피해방지수간 확충, 가맹점주단체의 지위 강화 및 광역지자체에 대한 조사·처분권 일부 위임 등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대책이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힌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말을 실행에 그대로 옮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프랜차이즈 사업의 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가맹점주의 매출액이나 이익의 일부를 가맹본부가 로열티로 수취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로열티보다는 식자재와 같은 필수물품 공급 마진에 의존하는 형태로 변형되어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을 ‘로열티 모델’로 점차 바꿔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수물품 관련 정보공개 강화

이번 가맹대책 가운데 맨 앞에 소개된 정책과제는 필수물품 관련 정보공개서 의무 기재사항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보공개서란 공정위에 등록 및 홈페이지(franchise.ftc.go.kr)를 통해 상시 공시되며 신규가맹점 모집 시 반드시 제공 및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는 서류로,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가맹희망자에게 합리적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필수물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의 통일성 유지 명목으로 가맹점주에게 직접 또는 가맹본부가 지정한 제3자를 통하여 공급하는 물품을 말한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식자재, 부재료, 일회용품 등이 대표적인 필수물품이다. 2016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구매하는 물품 중 필수물품의 금액 비중이 평균 87.4%에 달한다.

그런데 가맹본부가 필수물품을 시중가 대비 비싸게 공급하면서 그 구매원가를 밝히지 않는다거나,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수령한다거나, 혹은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이를 공급받도록 하는 등으로 인한 분쟁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문제된 피자 프랜차이즈의 경우 특수관계인이 세운 회사를 통해 가맹점에 치즈를 시중가 대비 비싸게 공급하는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부과했다.

따라서 이번 가맹대책은, 가맹본부가 필수물품의 납품업체로부터 지급받는 대가(리베이트, 판매장려금 등), 필수물품 공급에 관여하는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에 관한 세부정보,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등을 정보공개서 의무 기재사항에 추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공정위는 외식업종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마진율 분석 결과를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를 통해 공정위는 필수물품 마진율 인하를 유도하고 가맹본부나 그 특수관계인이 ‘통행세’를 함부로 취득할 수 없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맹본부 오너리스크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도입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 오너의 성추행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해당 브랜드의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여론만큼이나 그러한 불매운동이 가맹본부보다 오히려 가맹점주들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가맹본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가맹본부 또는 그 경영진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한 가맹점주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가맹계약서에 의무 기재하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공정위 또한 위 법안의 내용을 이번 가맹대책에서 언급하며 정책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너의 위법·부도덕한 행위로 인한 가맹점주의 손해는 통상손해로 판단되어 배상 받기가 용이해진다. 반대로, 가맹본부의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개인적 일탈행위까지 법률 리스크로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프랜차이즈 문제해결의 시작은 정보공개부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대책 발표 이전에 “퇴직자들이 생계를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프랜차이즈다. 그런데 가맹본부의 부당한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보 공개다.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 계약 내용이 폭넓게 공개되게 만들겠다. 투명성을 확보해서 시장과 사회가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가맹대책 역시 이러한 규제 철학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맹본부의 영업현황은 공정위의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가맹희망플러스’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맹본부에서 공개한 정보공개서가 올라와 있으며, 정보공개서에는 가맹본부의 재무상황과 가맹사업 매출액, 법률위반사실, 가맹점 사업자 부담금 및 인테리어 비용 등 가맹사업 희망자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가 담겨있다. 또한 최근 인기있는 업종이 무엇인지, 가맹점이 증가하는 가맹본부는 어디인지도 알 수 있다.

최근 수술대에 오른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점이 향후 입법적으로 해결될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가맹본부로서는 변경되는 가맹 분야 제도에 관하여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종래 관행적으로 해왔던 행위가 새로운 제도에 따라 위법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항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규모 창업, 유통혁신, 소비자 신뢰확보라는 프랜차이즈의 긍정적 기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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