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인터넷에 "이정미 죽이겠다"…협박죄일까?

'공포심 일으킬 정도'라면 '협박'…성향·관계·상황 종합적으로 살펴야

박보희 기자 2017.07.31 05:0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기각 아닙니까? 저는 이제 살만큼 살았습니다.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이정미 죽여버릴랍니다."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단체인 '국민저항본부' 인터넷 카페 자유게시판에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린 대학생이 결국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루에도 수만건의 글이 올라오는 인터넷 게시판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곳에 만나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글을 올리면 협박죄에 해당할까? 협박죄에 해당한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A씨는 연예인 B씨를 혼자서 좋아했지만 만날 방법이 없자 B씨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A씨가 4개월에 걸쳐 올린 글만 300여건. 이중 대부분은 B씨를 협박하고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B의 머리를 뽑아버리겠다" "B는 사형이다" "죽이겠다" "성폭행하겠다"는 등의 글로 B씨를 협박했다.

참다못한 B씨는 A씨를 고소했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명인인 피해자를 상대로 일반인들이 접근 가능한 SNS를 이용해 상당기간 동안 수백 회에 걸쳐 명예훼손, 모욕 등의 게시글을 작성하는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SNS에 올린 부분이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협박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SNS에 올린 글의 표현 방식을 지적하며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생명, 신체에 대한 해악의 고지를 반복하고 있고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결혼식장, 모친의 직장까지 찾아가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며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정도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단 역시 같았다(2015도14114)

인터넷 게시판에 '고등학생을 성폭행하겠다'는 글을 남겼다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C씨는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명 '일베' 사이트에 "D예고 정문에서 기다리다 마음에 드는 아이 한 명을 강제로 트렁크에 태워 인정사정 안 봐주고 할거다. 지금 차에서 대기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을 타고 글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학교를 폐쇄하기까지 했다.

1,2심 재판부는 C씨에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학생을 납치해 강간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학생과 교직원 등을 협박하고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8개월 형을 선고했다.

협박죄에서 말하는 협박은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해로움과 악함)을 알리는 것'을 말한다.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협박하는 내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다만 협박 내용이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춰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질 정도라면 협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런 의미에서 협박 행위나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를 하게 된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2011도2412).

◇판결팁=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즉 상대방에게 알린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 친한 정도, 지위 등 상호관계와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봐야 한다. 종합해 살펴봤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갖는 것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해악의 의미를 알고 인식했다면 협박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협박을 한 사람이 행동과 말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고 진짜 해칠 의사는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협박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제284조(특수협박)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조제1항,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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