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송희영 주필이 '내 이름 언급 말라'고 해"

재판부 9월22일 변론종결 방침…박수환 전 대표 측 "오랜 기간 재판 힘들다"

김종훈 기자 2017.08.18 16:31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스1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2)이 경영현안을 해결해줄 인물을 찾던 도중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로부터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를 소개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 회장은 송 전 주필이 "검찰 수사가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입단속도 시켰다고 진술했다.

박 회장은 18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표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서 박 회장은 2009년 4월 한 호텔 식당에서 송 전 주필을 만난 일에 대해 진술했다. 당시 금호는 앞서 인수했던 대우건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재정 위기에 빠졌다. 금호는 산업은행으로부터 2009년 상반기 내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통보도 받았다. 

금호로서는 약정 체결을 최대한 피해야 했다. 약정이 체결된다면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해 워크아웃에 들어갈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박 회장은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을 직접 만나 약정 체결을 늦춰달라고 부탁했지만 확답은 얻지 못했다. 박 회장은 고등학교 후배인 송 전 주필과 만나 이런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표의 이름을 듣고 누군지 확실히 몰라서 오남수 전 사장에게 연락해서 만나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박 회장은 "오 전 사장으로부터 '박 전 대표가 민 전 행장과 접촉해서 현안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계약금으로 30억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액수를 듣고 큰 돈이라고 생각해서 기억이 난다"며 "오 전 사장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고 일을 맡겼다"고 말했다. 

금호는 2009년 5월12일 금호산업 명의로 11억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송금 20일 만인 같은해 6월1일 금호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했다. 박 전 대표가 말했다는 내용과 달리 일이 틀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표가 일을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계약금을 받아낸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박 회장은 "일이 잘 안돼서 화가 났던 건 사실인지만 (11억원) 반환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반환을 지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박 회장은 "사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산은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어서 오 전 사장도 반환받을 생각을 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염려해 돈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송 전 주필이 금호 측에 자신의 이름을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오 전 사장으로부터 '송 전 주필이 검찰 수사에 대해 부탁해 왔다. 자신을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뉘앙스였다"고 했다.

박 회장의 증인신문이 마무리된 후 박 전 대표 측은 재판부에 변론을 신속히 종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 전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재판을 더 오래 받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달 22일 오후 3시에 다음 재판을 열고 변론을 끝내기로 했다. 다만 검찰 측에서 이날 박 전 대표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하겠다고 나설 경우 변론종결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박 전 대표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 전 대표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7)의 연임로비를 대가로 거액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던 박 전 대표는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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