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빈집털이 도둑, 절도죄에 주거침입죄까지?

대법 "주거침입은 절도의 수단이 되는 행위, 주거침입죄는 상습절도죄에 흡수…별도 죄 아냐"

황국상 기자 2017.09.05 05:00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빈집털이 도둑질을 하려면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두 가지 범행을 함께 저질러야 한다.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에 각각 해당하는 행위다.

그러면 빈집을 털다가 잡힌 도둑을 절도죄와 별도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한 개의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수단으로 행해진 주거침입 행위를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7년 7월11일 선고, 2017도4044)가 있어 소개한다.

30대 초반 남성 A씨는 절도전과만 4범에 달하는 상습 절도범이었다. 2015년 말 징역을 살다가 출소한 A씨는 지난해 5월에도 렌트카를 타고 인적이 드문 주택가를 돌며 2주에 걸쳐 840만여원 어치 재물을 훔치다가 적발됐다.

A씨는 이 기간 총 12회의 절도를 시도해 10회의 절도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피해자들의 집에서 순금 반지는 물론 동전 등을 모은 저금통과 지갑 등을 털어갔다. 심지어 80대 노인의 빈집에서는 현금 4000원까지도 긁어갔다. A씨의 범행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피해자 12명 중 2명의 집에 무단침입한 A씨는 훔쳐갈 물건을 발견하지 못해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A씨가 10건의 절도와 2건의 절도미수, 그리고 총 12건의 주거침입 등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판에 넘겼다. 절도와 절도미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주거침입'을 유죄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1심은 주거침입 행위에 대해 별도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봤다. A씨의 각 주거침입 행위는 절도행위를 위한 수단에 불과해 별도의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고 상습절도 등의 죄목에 흡수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은 "절도의 목적으로 주거침입을 했다가 절도에 이르지 않고 주거침입만으로 그친 경우에도 그것이 '절도상습성'의 발현이라고 보이는 이상 주거침입 행위는 다른 상습절도 등의 죄에 흡수돼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주거침입 행위는 별개의 범죄라며 1심 판결을 파기했다. 1심에서 부인된 주거침입죄 부분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한 번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을 인용하며 "원심판결에는 상습절도 규정 위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조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상습 강도·절도죄 등의 가중처벌) 
⑥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절도, 야간주거침입 절도, 특수절도 등)나 그 미수죄 또는 제2항의 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상습적으로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나 그 미수죄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42조(미수범) 제329조 내지 제341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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