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훔친 자동차 번호판 떼어낸 것도 절도죄일까?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7.09.07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훔친 자동차의 번호판을 떼어내는 것은 절도죄일까? 자동차관리법 위반일까?


A씨와 B씨는 2006년 8월22일 밤 9시쯤 부산 사하구의 도로에서 렌치를 이용해 X 승용차의 번호판을 떼어내 훔쳤다. 이후 이들은 Y 승용차를 훔쳐 X 승용차의 번호판을 바꿔달았다. 


절도죄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훔친 승용차에 붙어 있던 번호판을 떼어낸 행위는 승용차 절도죄에 포함되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이기 때문에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따로 처벌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이미 그 행위가 다른 범죄에 포함돼 별도로 따로 떼어내 다른 범죄라고 할 수 없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돈을 훔쳐 사용했다면 훔친 돈을 사용한 행위를 별도로 다른 범죄로 처벌하지 않고 그 모든 행위를 통틀어 절도죄 하나로 처벌한다. 이런 경우 훔친 돈을 사용한 행위는 돈을 훔치는 절도죄에 포함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간주된다.

만약 이들의 주장에 따라 훔친 자동차의 번호판을 떼어낸 행위가 절도죄가 포함된다면 이들은 이 건에 대해 절도죄 하나만 적용받는다. 반면 절도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자동차관리법 위반에 대한 별도의 처벌도 받게 된다.


대법원은 “자동차를 훔친 후 자동차등록번호판을 떼어내는 행위는 새로운 법익의 침해”라며 “번호판을 떼어내는 행위가 절도 범행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2007도4739 판결)

대법원은 이들이 훔친 Y 승용차의 번호판을 떼어낸 자리에 미리 훔쳤던 X 승용차의 번호판을 임의로 부착하고 운전한 행위에 대해 각각 따로 평가해 처벌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자동차 번호판을 떼어낸 행위에 대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도 따로 처벌을 받게 됐다. 현행법은 자동차 번호판을 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자동차의 번호판은 그 자체가 ‘공기호’, 즉 공적인 기호라는 점에서 한 자동차의 번호판을 떼어내 이를 다른 승용차에 부착한 행위는 공기호부정사용죄가 되고, 이를 부착하고 운전한 행위는 부정사용공기호행사죄에도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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