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때린 아이, 처벌만 하면 끝?

[Law&Life-반쪽짜리 학교폭력법 ②] "가해자·피해자 구분짓고 처벌만? 절대 해결 안 돼"

한정수 기자 2017.09.15 05:02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아이들 사이 갈등이 부모들에게 번지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보통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 부모는 가해 학생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가해 학생 부모는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거든요. 서로 원활히 소통하고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수도권 한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의 말이다. 학교폭력 문제를 신속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학생들의 문제가 어른인 부모들의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는 사례가 잦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학생들간의 화해, 피해 학생의 정신적 치유보다 가해 학생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예민한 문제들을 '잘못한 아이를 처벌하고 끝내자'는 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진정한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 단체 '푸른나무 청예단'의 차민희 상담지원팀장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보다도 가정에서 많은 지도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특히 피해 학생의 경우 가정에서의 심리적 지지가 중요한데 부모들이 이 같은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의 일을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재단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시도다. 대표적인 것이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갈등해결센터다. 이 센터는 학생들 사이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양측에 접촉해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중재한다.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친구들에게서 장기간 따돌림을 받아왔다.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한 A군은 교실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려 했지만 친구들의 만류로 실패했다. 이 일은 교육청에 보고됐고, 교육청은 직접 센터에 사건을 의뢰했다. 센터는 먼저 A군을 만났다. A군은 가해 학생의 사과를 원했다. 다만 직접 만나는 것은 두려워했다. 센터는 결국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게 했고,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A군의 부모는 형사 고소까지 고려했지만 가해 학생 측이 A군의 정신과 치료비 일부를 부담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김광민 변호사는 "학교폭력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짓고 그에 따라 처벌만 한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며 "학생들 사이의 화해,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나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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