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에 결벽증 있던 분" 정호성 말에 눈가훔친 朴

정호성 전 靑비서관 "모시던 대통령 앞에서 무슨 말 하겠냐" 증언 거부

김종훈 기자 2017.09.18 13:34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과의 첫 법정대면에서 "뇌물 같은 부정부패에 대해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가졌던 분"이라며 "잘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휴지로 눈가를 훔쳤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제가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대통령에 대해서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은 가족도 없고, 사심없이 24시간 국정에만 몰입했다"며 "특별히 낙도 없고, 정책 조정하면서 조그마한 성과가 나면 낙으로 삼고 보람있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부패나 뇌물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가졌던 분"이라며 "좀 더 잘 모시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고 회한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박 전 대통령은 팔을 책상에 올리고 정 전 비서관을 응시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이 박 전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들여 국정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된다"며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내용뿐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스스로 다 수정하고 챙겼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국정에 대한 엄청난 책임감 때문"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61)의 의견도 한 번 들어보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씨에게 문건을 주라는 건 아니었고, 국정을 잘해보려는 책임자의 노심초사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이 진술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책임을 본인에게 돌렸다. 그는 "제가 여러가지로 잘하려고 하다 과했던 부분은 있는 것 같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재판장께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건건이 어떤 문건을 줬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적인 이익을 위해 그런 것도 아닌데, 정상들이 다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죄를 물을 수 있는지"라고 한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발언에 앞서 정 전 비서관은 "제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도저히 감내할 수 없다"며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에 대해서도 자신이 말한대로 적혀있는 게 맞다고 확인했다가 "증언을 거부하겠다"며 이를 번복했다.

유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이 법정에서 나간 뒤 의견을 진술하려 했으나 울먹이며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도 휴지로 눈가를 닦았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의 증인 신문은 약 40분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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