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양승태 사법부' 6년…그 빛과 그림자

양성희 기자, 백인성 (변호사) 기자, 한정수 기자 2017.09.22 17:09
양승태 대법원장/사진=뉴스1

양승태 대법원장(69·사법연수원 2기)이 22일 퇴임식을 끝으로 42년의 법관 생활을 마쳤다. '양승태 사법부' 6년은 무엇을 남겼을까. 사법서비스를 강화한 '공'과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를 불러온 '과'가 사법역사에 함께 기록될 전망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사법부 독립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기만 하면 극언을 마다 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로 일고 있고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다"며 "이는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75년 11월 법관으로 임용된 뒤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 등을 지냈고 2011년 9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양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평생법관제 등을 도입해 재판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위 법관이 법원장으로 근무한 뒤 다시 판사로 복귀해 하급심 역량의 강화를 꾀하도록 했다. 이로써 승진에서 밀린 고위 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해 빚어지는 전관예우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했다. 

1·2심 선고 생중계 도입을 통해 사법부와 국민간 소통을 강화한 것도 양 대법원장이 이룬 성과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첫번째 생중계 재판'이 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도 2011년 408건에서 지난해엔 860건으로 양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2배로 늘었다.

양 대법원장이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모두 118건.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가장 많다. 전임자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경우 95건이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을 놓고 공개변론도 벌였다. 키코(KIKO), 통상임금 소송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서 드러났듯 사법부를 관료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축소해 진행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논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까지 이어졌다. 법원행정처가 개혁 성향의 판사들 명단을 정리해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사법파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였고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상설화하는 계기가 됐다. 

또 보수 일변도의 대법관 구성을 유지해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위주로 대법관이 구성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학 교수는 "그동안 사법부가 보수적인 시각에서 기존 판례만 답습해 거의 찍어내다시피 판결문을 내온 것이 사실"이라며 "공과 과를 모두 남긴 대법원장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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