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잘 나가는 건 '세금' 때문?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전완규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7.10.19 14:25

10여년 전에는 수입맥주를 일부 매장에서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찾아 보기 어려웠다. 수입맥주의 가격도 비쌌다. 그러나 요즘에는 수입맥주를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또 국산맥주보다 저렴한 수입맥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8,965만 달러, 2014년 1억 1,169만 달러, 2015년 1억 4,186만 달러, 2016년 1억 8,156만 달러였던 맥주 수입액은 올해 7월까지 1억 4,392만 달러로 2016년 7월 대비 51%나 증가했고, 그 덕분에 수입맥주는 올 들어 7월까지 와인과 양주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수입주류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외국에서 제조된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거래환경이 예전보다 훨씬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인 주세를 산정하는 방법이 다른 점 또한 수입맥주의 승승장구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주세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정한다. 그런데, 국산맥주나 수입맥주 모두 세율은 72%로 동일하나, 과세표준은 다르다. 즉, 국산맥주는 ‘출고하는 때의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국산맥주 업체는 제조와 판매를 함께 하고 있으므로 ‘출고하는 때의 가격’에는 판매단계에서 발생하는 판매관리비, 광고비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다. 
반면 수입주류는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가격’에는 판매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판매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에만 포함되는 차이점으로 인하여 국산맥주는 수입맥주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주세 부담의 차이가 결국 수입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을 상승시키는 한 요인이 된 것이다.

맛있는 맥주를 개발하는 것은 맥주 회사의 몫이고, 어떤 맥주를 선택할 것인지는 소비자들의 권리이다. 수입맥주의 증가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맛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만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만일 이러한 이유만으로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다면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만든 법이 수입맥주보다 국산맥주에 더 많은 조세 부담을 갖게 하여 오히려 국산맥주 제조업체를 불리한 환경에 처하게 한다면, 이는 국산맥주 제조회사에게는 불합리한 규제이자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고, 나아가 국내의 맥주제조 기반을 붕괴시켜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어 사회적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일부 국내맥주 제조회사가 매출 하락으로 인하여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은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가 동등한 환경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주류 관련 조세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파트너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1기)를 수료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과 관련된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 특히 국제조세 관련 분야이다. 그 밖에 풍력발전사업, 토지수용 등을 포함하여 각종 일반행정에 관한 자문 및 소송 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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