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받은 '리베이트'에 의사자격 정지?

[김대호의 의료와 법]

김대호 변호사·의사(로펌 고우) 2017.10.25 05:20
2013년 '역대 최대' 규모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로 의사 수백명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파문이 확산된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하는 의료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의료계와 제약업계 간의 리베이트는 관행이라고 할 정도로 만연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건강보험제도의 맹점과 의약분업 등 시대의 흐름 속에서 경제적으로 희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던 의료계의 입장에서는 손실에 대한 보존이 필요했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되기 이전인 2010년 이전에는 리베이트를 받는 입장에서는 불법도 아니었기에 거부감도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리베이트로 인한 약값 상승이 국민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여론과 건강보험지출에 대해서 긴축정책을 시도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맞아 떨어지면서 리베이트를 주는 쪽 뿐만 아니라 받는 쪽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2010년 전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처방의 대가로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도덕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전에는 범죄가 아니던 것이 쌍벌제의 도입을 위한 정부의 여론전에 의해서 의사집단이 실제보다도 더욱 부도덕한 집단으로 호도됐던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리베이트 쌍벌제는 결국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던 행위에 대해서 갑자기 처벌규정이 생겼다고 해서 해당 행위가 한순간에 근절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시행당시 6개월이라는 개도기간을 주었지만  수십년 동안 합법으로 생각해온 관념의 관성을 소멸시키는데 6개월은 결코 충분한 개도기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입장에서는 논란 끝에 의욕적으로 새로이 도입한 제도를 사장시킬 수가 없기에 집중적인 단속을 안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리베이트 쌍벌제의 도입이후 굵직굵직한 의료계 리베이트 사건들이 종종 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하고는 했습니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벌이 같이 부과될 수 있는 의료법의 처벌체계에 의할 경우 리베이트 쌍벌제 사건에 연류된 의사들에게는 형사처벌은 물론 의사면허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벌까지 부과될 수 있었기에, 하나의 대형 리베이트 사건으로 수백 명의 의사들이 의사면허 자격정지의 위험에 처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처벌"이라는 비판이 의료계에서 점점 커지게 됐습니다. 

특히 행정처벌은 형사처벌과 달리 공소시효와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면허가 취소될 위험을 계속 안고 가야만 하는 불합리성까지 있었기에 과도한 처벌이라는 의료계의 비판은 더욱 합리성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쌍벌제가 시행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전 제약회사 장부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로 수사대상에 올라서 의사면허 취소처분이 발령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기억이 없어서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유사사례들이 의료계의 각종 네트워크와 입소문을 통해서 공유되면서 비판이 점점 거세지게 되자 2016년도 의료법 개정에서는 이른바 '자격정지처분 시효제'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형사처벌의 공소시효와 유사하게 리베이트 수수로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부칙이라는 형식으로 도입한 것입니다. 다만 위 5년이라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는데, 5년이 경과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해당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의 기간은 시효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2012년에 리베이트를 받았는데 공소가 제기되지 않고 5년이 경과되었으면 더 이상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지만, 2013년 1월1일에 공소가 제기돼 2014년 12월31일에 판결이 확정됐다면 2년 동안은 시효가 진행하지 않게 됩니다. 이에 따르면 총 7년이 경과돼야 시효가 완성되고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도 내릴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정처분 시효제는 리베이트 수수위반으로 인한 자격정지 처분뿐만 아니라 의료법 제66조 제1항의 각호에 규정된 모든 유형의 자격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적용되도록 규정돼 있어서 그 혜택을 받게 되는 의료인의 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행정처분이 시효제가 리베이트 규정 위반사례에 적용돼 보건복지부가 행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취소된 판결까지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제 최소한 5년도 더 지나서 잘 기억나지도 않는 일로 의사면허가 정지될 위험은 적어졌다고 할 것입니다 .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미리 충분히 홍보하고 경과규정을 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면 갑작스런 제도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완작업도 충실히 이행돼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에 도입된 행정처벌 시효제는 조금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실효적인 보완책으로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의료계를 채찍으로만 대하려 했던 정책기관의 진지한 반성과 재고도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김대호 변호사(lawyerdoctor@daum.net)는 공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의사자격까지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변호사이자 의사이다. 현재 로펌 고우의 공동대표변호사로서 주로 지적재산권, 스타트업 기업자문, 의료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의료법 칼럼니스트로서 저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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