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예술 할 수 있나" vs "한번 시술하면 평생 가는데…"

[Law&Life-예술과 범법 사이 ②] 문신 합법화 둘러싼 문신 업계와 의료계의 '답'없는 논쟁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2017.12.08 05:01

한국패션타투협회 등 문신사들이 7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문신사들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있다./ 사진=한국패션타투협회


“과연 의사들이 예술을 할 수 있을까요?”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문신 업계는 이렇게 되묻는다.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은 1980년대부터 줄기차게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문신은 의사만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의료계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업계에서는 문신사들도 충분히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임보란 한국패션타투협회 회장은 “요즘 문신 시술을 받는 고객들도 여러 가지를 따지기 때문에 문신사들이 위생을 철저히 관리한다”며 “외부에서 보면 위생이 관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문신 시술에 쓰이는 바늘도 크기는 커보이지만 피부 안으로 들어가는 깊이는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감염증 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거의 없다”며 “문제를 호소하는 고객들은 금주 등 시술 후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문신 시술 자체만으로 감염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문신은 의료적인 기술 뿐 아니라 예술성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의사들 손에만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임 회장은 “심한 흉터가 있어서 의사에게 레이저 치료를 받았는데도 만족도가 높지 않아 문신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보면 문신은 일종의 ‘마음 치료’이기도 하다”며 “의사들이 이런 ‘예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수의 국내 문신사들이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도 많다”며 “그런데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 때문에 제대로 된 행사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의료계는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라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한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이사는 “성형외과에서 하는 필러 시술이 의료행위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필러는 피부에 삽입하고 6개월 뒤면 사라진다”며 “그런데 문신 색소는 한 번 시술하면 평생 남는데 이 색소를 피부에 주입하는 행위가 왜 의료행위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신 뿐 아니라 주사, 채혈 등 침을 사용하는 다른 의료행위까지 모두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게 된다면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이사는 “침습(바늘로 신체를 찌르는 행위)이 쉬워 보이지만 이를 (비의료인에게도) 허용했을 때 생길 사회적 파장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어쩔 수 없이 문신사의 시술을 허용하더라도 의료기사처럼 의사의 관리·감독을 받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항을 엄격히 제한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하에서 문신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제도를 일부 도입한다 하더라도 의사의 지도·감독을 받게 해야 의료체계의 통일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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