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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 가상통화 속아서 샀다가 손실…누구 책임?

박보희 기자 2018.01.01 10:16
임종철 디자이너

요즘 두 사람만 모이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장안의 화제 '비트코인', 즉 '가상통화' 이야기인데요. 아는 사람이 가상통화에 투자해 몇배를 벌었다더라는 얘기로 시작해 나도 한번 해볼까로 끝나곤 합니다. '가상통화에 투자해 외제차를 뽑았다더라', '하루만에 몇배 수익을 냈다더라'는 '성공'사례들이 넘치지만, 법원에서 보이는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큰 돈을 벌수 있다는 말에 수억원을 가상통화에 투자했는데 본전도 못찾게 됐다며 손해배상을 하라는 이들부터, 다단계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가 사기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이들도 있는데요. 지금의 가상통화 투자 열풍을 보면 가상통화 때문에 법원을 찾을 이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법정에서도 가상통화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당장 법적으로 가상통화의 개념을 어떻게 봐야 할지부터 논란인 상황인데요. 가상통화 투자 사기로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검사는 "돈을 받아 샀다는 가상통화를 보여달라. 투자자 명의로 된 가상통화가 하나라도 있느냐. 없지 않느냐"며 지적을 했습니다.

투자자는 "지금이라도 컴퓨터만 켜면 제 계정으로 로그인해 가상통화를 팔아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다. 법정에서 시연이라도 해서 보여주겠다"며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사는 "실체가 없는 가상통화에 투자자 이름이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 계정에 있다는 가상통화가 어떻게 투자자들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가상통화의 개념과 특성까지 법적으로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논란인데요. 가상통화에 대해 이렇다할 법도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공방을 지켜보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은 더 고민이 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범죄 거래를 하면서 추적을 피하기위해 현금 대신 가상통화를 이용하는 '꼼수'를 부리다 적발된 이들에 대한 판단은 더 고민스러울법 합니다. 당장 '가상통화를 돈으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음란물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돈 대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받은 A씨에게 법원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해달라'는 검찰의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할 수도 없고, 물리적 실체도 없이 전자화된 파일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는데요. 가상통화는 몰수 대상인 '물건'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A씨가 3년간 음란물 유통으로 얻은 비트코인은 216개. 비트코인이 처음 나온 2009년 1비트코인은 시장에서 약 0.003달러(약 3.4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4500달러까지 뛰었죠. A씨가 재판을 받는 중에도 값은 올라 A씨 소유의 216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원에 달합니다. 검찰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가상통화를 둘러싼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당장 투자를 생각한다면 신중하게 결정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법원은 "'매일 1% 이상 가치가 오른다'는 판매원의 말에 속아 가상통화에 1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는데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법원은 투자의 근거가 되는 향후 전망에 대해 거짓 정보를 준 판매원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에게도 40%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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