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담합으로 나눠먹은 돈도 세금 내야 할까

대법 "담합 상대방에 지급한 대가는 통상적 비용 아냐…손금산입 불가"

황국상 기자 2018.01.10 05:05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행정제재가 풀린 입찰담합 건설사 대표들이 그 해 8월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에서 허리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진다. 담합으로 낙찰받는 기업이 있다면 들러리를 서는 기업도 있게 마련이다. 이 들러리들이 불만을 품고 고자질을 하면 담합 관계는 깨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어둠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대가가 필요하다. 실제로 담합으로 얻은 이익 중 일부를 다른 기업과 '사례금' 명목으로 주고받던 기업들이 있었다.

과세당국은 이 기업이 받은 '사례금'을 익금에 반영한 반면 다른 기업에 준 같은 명목의 금액은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물렸다. 같은 성격의 '담합 사례금'임에도 해당 기업에 들어온 돈은 과세표준에 반영한 반면 나간 돈은 영업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금부담을 더 무겁게 부과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과세방식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기업의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7년 6월2일 선고, 2017두51310)를 소개한다.

A사는 2008년 10월쯤 동종업계 15개 업체들과 △특정 업체가 공사를 낙찰받도록 하고 △낙찰예정 업체가 나머지 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의 일부를 '담합 사례금'으로 지급하기로 은밀하게 약속을 맺었다.

사례금을 가장 많이 지급하는 업체에 공사낙찰을 몰아주기로 한 것은 물론이다. A사가 2009~2013년 기간 이같은 담합을 통해 다른 업체들로부터 받은 사례금은 14억6000만원이었고 실제 A사가 타사에 준 금액도 13억1000만원에 달했다.

'어둠의 커넥션'이 드러나기까지는 약 5년이 걸렸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같은 담합을 적발했고 과세당국 역시 A사에 대한 현장방문을 실시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세당국은 A사가 타사로부터 받은 14억여원을 익금에 산입하고 A사가 타사에 지급한 13억여원은 손금에서 제외하는 과정을 거쳐 4억6000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새로 물렸다.

익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 얻는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손금이 늘어나면 법인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간주돼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A사는 익금만 늘어난 반면 손금 인정은 받지 못해 이중적으로 과세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에 A사는 과세당국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타사에 지급한 담합 사례금은 '필요경비'였다"며 손금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A사는 법원 판단을 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A사의 주장은 1,2,3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문제가 된 담합 사례금은 공정거래법 입법목적에 위반해 지출된 비용이었고 A사가 가담한 담합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데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등 국민들에게 피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또 "A사가 지급한 사례금은 통상적인 것이 아니고 사회질서를 위반해 지출된 것이거나 손금 산업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한다고 판단된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도 "A사가 동종업체들에 지급한 이 사건 지급금(담합 사례금)은 공정거래법에 위반해 지출된 담합금에 해당하므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법인세법에서 말하는 손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관련규정
법인세법
제19조(손금의 범위)
①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손비)의 금액으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
③ 「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18제1항에 따라 배분받은 결손금은 제1항의 손금으로 본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손비의 범위 및 구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계약ㆍ협정ㆍ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가격을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3. 상품의 생산ㆍ출고ㆍ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4.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5. 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6.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ㆍ거래 시에 그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ㆍ규격을 제한하는 행위
7.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으로 수행ㆍ관리하거나 수행ㆍ관리하기 위한 회사등을 설립하는 행위
8.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경락자), 투찰(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그 행위를 한 사업자를 포함한다)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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